Archive for May, 2006

캘리포니아 교구 주교 선출

Friday, May 5th, 2006

(5월 6일 오후 갱신: 오늘 토요일 3차 투표까지 가서 결과가 나왔다. 예상했던 대로 2명이 각축을 벌였고, 결국에 앨러바마 보좌주교인 49세의 마크 앤드러스 주교가 제 8대 캘리포니아 교구장으로 선출되었다.

아마도 지난 27년간의 교구 운영의 흐름을 이어갈 경험 많고 안정적인 주교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유진 서튼은 유일한 유색 인종(아프리카계 미국인) 후보로, 평신도원의 지속적인 지지를 받았으나, 성직자원에서 세를 얻는데 실패했다. 아마 관상기도와 영적 지도 전문가인 점이 평신도에게 설득력을 가졌을 법한데, 그의 경력에 나타나는 빈번한 자리 이동이 안정적인 사목 지도력을 바라는 성직자들에게는 미덥지 않았던 모양이다. 교구 사상 첫 흑인 주교의 기대가 사라졌다.

다른 동성애자 후보들에 대한 지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았다. 영향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없겠지만, 이곳 교구의 성향으로 보아 동성애 문제가 표심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는 비치지 않는다. 이 문제보다는 이들은 자기들에게 필요하고 맞는 주교를 선택했다. 어쨌거나 올 여름에 열리는 미국성공회 관구의회는 큰 짐을 던 것 같다.

한편, 캘리포니아 교구 선거로 가려져 있던 이웃 교구 북-캘리포니아 교구도 오늘 새로운 주교를 선출했다. 이곳 CDSP 출신이자 교무국장이었던 베리 비스너 신부가 차기 주교로 선출되었다.)

드디어 내일로 다가왔다.

별로 큰 일이 아닐 수도 있는 한 교구의 주교 선거가 세계성공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미국성공회뿐만 아니라 세계성공회가 약 80여 개 교회를 가진 이 작은 교구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또 다른 동성애자 주교의 선출 가능성 때문이다. (성공회는 국교인 영국성공회를 제외하고는 교구의회를 통해 주교를 선출한다. 정교회도 대체로 주교를 선출한다. 로마 가톨릭은 바티칸에서 세계 곳곳의 주교를 임명한다.)

사실 이와 관련된 관심은 지난 2003년 미국성공회 뉴햄프셔 교구가 공개적으로 동성애자인 것을 밝힌 진 로빈슨 신부를 주교로 선출하고, 그 해 여름 미국성공회 관구의회에서 이를 인준한 이후 더욱 불거졌다. 이른바 “남반부 성공회 신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세계 성공회 최대의 교회인 나이지리아 교회 피터 아키놀라 대주교를 중심으로 하여 미국성공회 동성애자 결합의 축복을 예식화한 캐나다 성공회를 비난하며, ‘너희들이 안 나가면, 우리들이 나가서라도 교회의 신앙을 지키겠다’는 으름장을 놓고 있기에 세계성공회의 분열이 초읽기처럼 비쳐지고 있다.

이와 관련된 저간의 복잡한 사정을 어찌 한마디로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저마다 다들 한마디 거들만한 중요한 사안이고, 한국에서는 감정마저 격해져 이 사안에 대해 성직자들이 갖는 입장을 조사해서 ‘성직자 옷을 벗겨야’ 한다는 소수의 극렬한 반응까지 나오는 참이니, 아예 말 건네기가 무섭게 되어 버렸다. 이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이미 다른 통로를 통해 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해 놓은 터이므로, 그전에 나누지 않았던 한 가지 이야기만을 언급하고 싶다.

그것은 이곳 캘리포니아 교구의 주교 선출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교 선출 과정 문제는 한국교회가 경험하고 있는 일이고, 이를 둘러싼 무성한 뒷이야기들이 많기 때문에, 도대체 다른 나라 형제 교회들은 어떻게 하는지 살펴보고 배울 만한 것은 배워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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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 기원 성찬례

Thursday, May 4th, 2006

오늘 저녁에는 이곳 성공회 신학교 CDSP의 목요일 저녁 공동체 성찬례를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한 기원 미사로 드렸다. 여기에 온 이후로 신학교에서 한국어 미사를 드린 것이 다섯 번 정도가 된다. 하지만 매일 미사 한차례를 빼고는, 외국에서 공부하러 온 다른 나라 성공회 신부들과 인터내셔널 미사를 드렸기에, 성찬기도를 우리 말로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그 미사 의향을 특정 지역으로 정하기 어려웠던 것에 비해서, 오늘 미사 의향은 한반도의 평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참고로, 이곳 성공회 신학교 CDSP는 성공회의 예전 생활의 전통에 따라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그리고 오전 11시 반에 있는 매일 성찬례로 이루어져있다. 하루 세 번의 예전은 신학교의 교육이 예전을 통한 신앙 형성과 훈련이라는 점을 드러낸다. 모두가 기숙사에서 살아가는 처지도 아니고 강의와 겹치는 일이 많아서 참석을 강제하지 않지만 많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다만 매주 목요일 오후에는 오전 미사 대신에 교수, 신학생, 그리고 가족들이 모두 모이는 공동체의 밤 미사를 드리고 함께 식사한다.)

오늘 미사의 대강은 이랬다.

미사의 시작은 전형적인 순행의 형태를 깨뜨리는 것으로 시작했다. 촛대와 다른 봉사자들이 짝을 지어 입당하는 것과는 달리, 분단의 상징으로 각기 두 패로 나뉘어 다른 문으로 입장했고, 그 동안 분단의 슬픔을 표현하는 피아노 음악이 입당성가를 대신하였다. 우리 아들과 딸이 남남북녀가 되어 각각 태극기과 인공기를 들고 두 패를 인도했으며, 그들이 침묵 속에 제대에 이르러 머무는 동안, 부활초와 한반도기(아리랑기)가 집전자와 함께 제대에 이르러 모두가 제대에 예를 표할 수 있게 되었다. 곧바로 부활초 옆에서 부활 선언과 세례 물을 다시 뿌리는 의식으로 이어져, 부활의 새로운 생명이 우리 한반도에서 다시 일어서기를 기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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