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회 신문> 전례 여행 연재 후 소회

신문 꼭지

지난 1년간 <성공회 신문>에 “주낙현 신부와 함께하는 전례 여행”이라는 꼭지를 마련하여, 스무 개의 글을 보냈다. 지면에 실리고, 다시 온라인 <성공회 신학-전례 포럼>에 올렸다. 일회적인 신문이나 한정된 독자를 넘어서, 온라인에서 토론을 이어가고 더 많은 독자의 생각을 들을 요량이었다. 결과는? 지면에서나 온라인에서나 무참했다. 본뜻과 달리 ‘무참'(無斬)을 내 멋대로 ‘함량 미달의 내용에, 아무런 반응마저 없어서 부끄러웠다’고 풀어본다. 그 심경으로 꼭지 기획의 앞뒤에 자리한 생각을 변명처럼 남기고, 전체 글은 차례와 더불어 다음 글에 링크를 걸어둔다.

기획과 조언

<신문>에서는 전례와 성공회 전통의 관계에 대한 고민이 꼭지의 의도라 전해왔다. 문제와 방향을 헤아리기 위해서 몇 분께 조언을 구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제, 독자, 내용, 표현을 정하는 일에서 여러 조언을 들었다. 그런데 우선하는 요구가 서로 엇갈렸다. 구체적인 전례 ‘행동’에 대한 이야기, 혹은 <좋은 생각> 류의 글이 독자의 흥미를 돋울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다만, 한결같이 ‘개념 없는 교회’에 대한 걱정이 많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개념’ 설명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힘을 모았다. 큰 그림, 혹은 지도가 같은 것이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사실, ‘개념’이야 좋은 사전이 있으면 족하다. 그런데 그런 사전도 없지 않은가?

큰 그림

길게 가기로 했다. 이번 연재에서는 역사와 개념으로 큰 그림을 그리고, 다음에는 구체적인 전례 행동들에 대해서 다뤘으면 했다. 그 뒤에 전례가 제공하는 영성적 시각을 칼럼 형태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지인들과 나누었다. 그런 뒤 1년간 좌충우돌한 뒤에 겨우 마쳤다. 능력 부족을 실감했다. 그 그림의 첫 장을 덮고 나서는, 이 순서가 거꾸로 갔더라면, 하는 생각도 한다. 그랬다면 덜 무참했을까?

<신문>에서는 이 연재 후에 잠시 쉬자고 했다. 그런 결정을 한 사정이 있겠다. 어쨌든, 그림의 둘째 장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

작은 공정성

<성공회 신문>에는 원고료가 전혀 없다. 자랑스러운 일인지 부끄러운 일이 모르겠지만, 이것이 관행이 됐다. 곁에서 오래 지켜본 사람으로서 <신문>의 처지를 잘 안다.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신문>에 “세계 성공회 소식”이나 번역 기사를 제공할 때도 그랬다. (아니다. 생각해 보니, 당시 편집부장님에게서 칼국수 대접을 종종 받았다.)

그 사정이 어떻든 이런 관행은 <신문>을 죽인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기사 후원금 방식을 되풀이해서 제안했다. 몇몇 고정 꼭지에 대해서 특별 후원금을 받고, 후원자를 밝히고(다른 언론이라면 몰라도, 교회는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으로 원고료로 제공하자고 했다. <신문>과 필진 모두에게 좋은 일이고, <신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신문>과 필진의 책임도 더 깊어질 방법이라 생각했다. 한편, 어떤 작은 노력에라도 대가를 지불하는 것은 공정과 정의의 문제라는 생각때문이다. 교회는 종종 자발적 희생과 봉사라는 말로 공정과 정의를 뭉개는 일에 익숙하다. <신문>과 우리 교회가 지체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내 글을 싣는 참에 이 일을 실험해 볼 작정이었다. 다른 이유로 이미 나를 후원하고 있는 한 교회를 신문 꼭지 후원자로 명기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그 교회의 후원은 <신문>과는 별개였지만, 이 ‘용도 유용’을 해당 교회도 허락했다. 그런데 정작 <신문>의 편집위원회는 안된다고 전해왔다. 다른 필자들과 형평에 어긋난다는 이유였다. 누구는 후원을 받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다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다는 해명이었다. 솔직히, 그 점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 봐도 궁색한 변명으로 보인다. 이 일을 계기로 그런 후원자를 만들면 될 것 아닌가? 내 실험은 성공하지 못했다.

사례

이런 과정도 큰 배움이라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도움과 조언을 주었던 여러 벗들에게 고맙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신문> 관계자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친절하지 않은 ‘무참’한 글을 참아준 무언의 독자들께 합장하며 사례한다.

One Response to “<성공회 신문> 전례 여행 연재 후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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