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서로 꽃 피워주는 일 – 성 보나벤투라 축일

성 보나벤투라 축일1

주낙현 신부 (서울 주교좌 성당 사제)

성 보나벤투라(1221-1274)는 아씨시의 프란시스 영성 전통을 학문적으로 집대성한 학자이자 수도자 성인입니다. 이탈리아 태생으로 13세기 프랑스 파리 대학에서 신학과 철학 교수를 하며, 도미니코회 수도자였던 토마스 아퀴나스와 함께 중세 그리스도교 신학의 꽃을 피운 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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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 영성은 체험적이고 감정적이어서 지성적이고 논리적인 면모와 거리가 멀다는 오해가 있을 법합니다. 그러나 보나벤투라 성인은 프란시스 영성을 당대의 지성적 전통과 연결하여, 신앙의 체험이 어떻게 신학의 근거가 되며, 지성적인 신학의 노력이 없이는 신앙이 풍성하게 꽃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었습니다.

프란시스 영성의 전통 안에서 보나벤투라 성인은 창조 세계를 창(窓)으로 삼아 하느님을 향한 순례의 길을 밝히고, 하느님의 본질이 인간의 삶 속에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성인이 보기에, 하느님의 본질은 가장 높은 선(착함)입니다. 이 착함은 늘 자기 자신을 선물로 내어 놓아, 그 선물을 받는 사람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하느님은 이처럼 당신 자신을 내어 놓아 창조 세계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분입니다.

서로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관계는 곧바로 삼위일체 하느님이 누리는 친교로 이어집니다. 하느님은 서로 환대하며 주고받으며 서로 먹이는 일을 쉬시지 않습니다. 이것이 지고선(至高善)인 하느님의 활동입니다. 하느님은 창조 세계에 당신 자신을 주시어 풍요롭게 하시는 분입니다.

하느님은 모든 창조세계와 인간을 이 활동에 초대하셔서, 서로 환대하고 주고받으며 서로 풍요롭게 하는 삶을 목격하고 함께 누리라고 하십니다. 이처럼 서로 풍요롭게 하는 관계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신앙인이라고 말할 수 없고, 신앙 공동체라고도 할 수 없다고 단언합니다. 보나벤투라 성인은 삼위일체를 닮은 인간의 삶 속에서는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며, 서로 꽃을 피워주는 존재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삼위일체 하느님의 삶에 마음과 행동을 내맡기는 신앙인의 삶입니다.

  1. 7월 13일 서울주교좌성당 주보에 실은 글.(↩)

One Response to “신앙, 서로 꽃 피워주는 일 – 성 보나벤투라 축일”

  1. 신앙, 서로 꽃 피워주는 일 – 성 보나벤투라 축일 / 주낙현 요셉 신부 | 홀리넷 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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