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 – 낭만과 현실의 식별

성소'(聖召)에 관하여 큰 오해가 즐비한 듯하다. 특별히, 그것이 성직 성소, 수도 성소인 경우에 그 오해가 크다. 모든 신자가 나누는 성소는 자기 신앙 체험에 근거한 것일 테다. 세례는 모든 신자가 받은 거룩한 부르심의 공개적 징표이다. 그러나 성직 성소와 수도 성소일 때는 ‘구체적인 공동체로 부르심’이라는 점을 깊이 되새겨야 한다.

신앙 체험 안에서 어떤 자유와 해방을 느꼈다고 그것이 곧바로 ‘공동체’ 성소의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성직과 수도직을 통해서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되겠다’는 낭만 넘치는 기대는 성직과 수도직 자체에 대한 오해이다. 성직/수도 성소는 현실의 ‘공동체와 그 규칙’ 안으로 들어가는(into) 성소이다. 그 안에서 나눌 책임과 책무까지 따라온다. 그 현실의 제한과 책임 안에서 복음의 전통과 그 실천을 드러내는 일이 ‘공동체 성소’이다.

그러니 이 성소에 좀 더 세심한 식별이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 성직자나 수도자 ‘개인’으로서 좀 더 ‘자유로운 영혼’이 되어 ‘자유롭게 내 신앙의 꿈’을 펼쳐보리라는 생각과 의지는 매우 고맙고 가상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교회와 공동체는 물론, 자신의 삶마저도 불행으로 이끌기 일쑤다. 성소와 그 방향에 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그 기대와 의지는 적어도 성직/수도 성소는 아니다.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