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 – 생명의 상승과 확장

승천 – 생명의 상승과 확장 (루가 24:44~53)1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하늘에 올라가셨다는 승천은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 사건입니다. 그러나 상식으로 받아들이기에는 많은 사람에게 걸림돌이기도 합니다. 이 사건을 오해하면, 그리스도교 신앙과 행동이 엇나갈뿐더러, 신앙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조롱받기에 십상입니다.

승천은 한 처음 천지창조로 펼쳐진 하느님의 활동이 예수님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로 이어지면서 일어난 신앙의 사건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서 내려오셨다면, 예수님은 다시 하늘로 올라가셔야 합니다. 승천은 인간의 잘못으로 부서져 내려앉은 창조세계가 새롭게 회복되어 상승하고 확장하는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사건은 예수님 한 개인에게 그치지 않고, 우리 모든 인간을 포함한 창조세계 전체에 일어났으며 계속 일어납니다.

하느님께서 ‘참 좋다’고 하신 창조세계가 인간의 욕심과 교만으로 부서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온갖 예언자들을 당신의 손길로 쓰시며 갈라진 하늘과 땅의 관계를 회복하려 하셨습니다. 결국,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이 친히 내려오셔서 끝을 모르고 추락하는 세계를 끌어안아 올리시기로 작정하셨습니다. 예수님의 죽음으로 인간 세계의 침울한 운명이 드러났지만, 예수님의 부활로 새로운 생명 세계의 가능성이 열렸습니다. 부활로 새로운 삶이 펼쳐졌으니 이를 즐기면 그만일까요?

하느님께서는 아름다운 창조세계의 주인공이 우리 인간이기를 바라십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을 그저 바라보며 기대는 일만으로 우리는 참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명령하는 주인과 굽신거리는 종의 관계는 참 신앙이 아닙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우리 몸으로 살 때라야 우리는 동등한 제자, 하느님과 벗 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손쉽게 기대지 말고 우리가 함께 모여 부활한 그리스도의 몸으로 살아야 가능한 일입니다.

신앙인은 고난과 죽음의 현장 ‘예루살렘’에서 빠져나와 도망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분부대로 그 현장에서 ‘서로 머물러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되풀이하여 보여주신 사랑의 본질입니다. 제자인 우리 또한 함께 서로 머물러 그리스도의 몸을 이뤄야 합니다. 이는 침몰하는 배 안에 ‘가만있으라’는 거짓된 약속이 아닙니다. 하느님 나라는 지금 여기서, 상처 입은 삶을 서로 초대하며 보살피는 일에, 서로 생명을 되살려 회복하고 확장하는 일에 있다는 선언입니다. 우리 역사에서 오월에 담긴 상처와 희생의 기억이기도 합니다.

부활과 승천으로 하느님의 사명은 완성되었습니다. 이제 우리가 완성해야 할 사명이 남았습니다. 승천이라는 작별 의식을 통해서 그리스도께서는 우리 몸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세상에 채워가라고 하십니다. 그러니 우두커니 하늘만 쳐다보지 않고, 우리 주위에서 사람을 모아 새로운 생명, 새로운 몸을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것이 “땅끝까지 부활의 증인”이 되는 길입니다. 두려워 마십시오. 오르신 예수님께서 성령으로 내리어 우리를 채워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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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2015년 5월 17일치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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