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The Altar – 조오지 허버트

Saturday, February 27th, 2010


부서진 제대, 주님, 당신의 종이 일어서느니
가슴으로 만들어진, 더불어 눈물로 다져진
그 파편들은 손수 만드신 틀에 맞춰지나니
어느 장인의 연장으로도 만질 수 없는
오로지 가슴 만이
돌처럼 굳건하나니
그 어느 것도,
다만 당신의 힘만이 새길 수 있는
그리하여 굳은 제 가슴의
파편들은 저마다
이 틀에서 만나느니
그의 이름을 찬미하기 위하여
평정을 찾을 수만 있다면
이 돌들이 드리는 찬미는 멈추지 않으리
당신의 복된 희생이 제 것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제대를 거룩하시게 하시어 당신의 것으로 삼으소서.

G_Herbert_Altar.jpg

* 조오지 허버트 (성공회 사제, 시인: 1593-1633) 번역: 주낙현 신부

기도의 창

Tuesday, May 12th, 2009

산란한 마음의 창은 어디를 향해 열려 있는가? 기도는 늘 매개(medium)를 바라는 것이겠으나, 창(窓)은, 그 한자의 말마따나 좀더 분명한 성사(sacrament)의 이미지일 것이다. 창은 바람이 들고 나는 것, 닫힘과 열림, 보호와 투시, 그리고 무엇보다 어떤 너머를 향한 응시를 드러낼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창 안쪽에 머물러 있지만, 그 나만의 세상 너머를 창을 통해서 본다. 그것이 유일하게 자신을 넘어서는 일이다. 이렇다면 기도는 ‘나’를 넘어서도록 매개하는 것이어야 한다.

기도와 창에 관한 이 잡념이 어울리는 통에, 오래도록 남아 있던 말들, 그러나 서로 상관없을 듯한 말들이 함께, 어디서 쑥하고 드민다.

뮤지컬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기억하는, 마리아와 원장 수녀님의 대화 가운데 한토막.

하느님께서는 문을 하나 닫으시더라도, 어딘가에 창 하나를 열어 두신단다.

조앤 치티스터 수녀님은 기도와 창을 이렇게 연결하신다.

탈무드에 나온 말이에요. ‘창 없는 방에서는 기도하지 말라.’ 다시 말해 마음 속에 세상을 담아 두지 않고서는 기도하지 말라는 말이지요. 영성 생활의 목적은 우리를 현실에서 구출하는게 아닙니다. 그 목적은 그 현실을 우리가 함께 창조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어요.

하느님은 나를 어느 열린 창으로 이끄실까? 그 창 너머로 무엇을 응시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창조하며 살게 하실까?

발목잡이 기도

Monday, January 5th, 2009

아래 “정심기도“(the collect for purity)와 더불어 사제로서 혼자서 되새김질하는 짧은 개인 기도가 하나 있다. 말이 발목을 잡을까봐 누구에겐 말하지 않고 여전히 비겁한 구석을 비워 놓고 있었는데, 언젠가 몇몇 신학생들과 신부님들께 발설했으니, 여기에도 적어 두어 두고 두고 발목잡힐 거리로 삼아야겠다.

주님, 사제의 소명을 늘 식별하게 하시고,
더 이상 사제가 제 소명이 아니라고 식별했을 때,
두려워 하거나, 변명하지 말고,
곧장 옷 벗을 수 있는 용기를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