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겸 “민중의 아버지” 영역

Father of the Lowly

By Kim, Hung-Gyum (1961-1997)
Trans. by Joo, Nak-Hyon (2004)

Respond to us, O God whose tongue is cut,
Hear our prayers, O God whose ears are stopped,

God, you turn away your burned face from us,
And yet you are my only one, my dear old father.

O God, are you dead?
O God, are you in the dark weeping under a back street shadow?
Or are you thrown away like refuse in a dump?
Oh, my poor God.

God, you turn away your burned face from us,
And yet you are my only God, father of the lowly.

우리들에게 응답하소서, 혀짤린 하느님.
우리 기도 들으소서, 귀먹은 하느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당한 하느님.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

하느님, 당신은 죽어버렸나,
어두운 골목에서 울고 있을까,
쓰레기 더미에 묻혀 버렸나,
가엾은 하느님.

얼굴을 돌리시는 화상당한 하느님.
그래도 내게는 하나뿐인 민중의 아버지.

영역 후기:

이른바 그의 ‘까마득한’ 학과 후배였지만, 동문인 탓에 학교에서 그를 몇 번 만났다. 빈민 선교하는 선배들은 야학이나 빈민 선교 일손을 구하려고 졸업 후에도 늘 학교를 찾았고, 밥 사주고 술 사주며 얼르며 신입생들을 설득했다. 이후에도 빈민 선교 연합 모임이나 민중 교회 연합 모임 등에서 그를 몇 번 만났다. 대체로 회의 끝난 이후 술자리였다. 그 전에도 나는 ‘민중의 아버지’를 듣고 노래 부르곤 했었다. 그는 전설이었지만, 막상 만나고 보니 전설치곤 첫 인상이 참 지저분하고 과격했다. 나 같은 ‘하층 농촌’ 출신은 과격하더라도 보수적인데가 많아서, 당시 ‘도시’ 빈민 선교하는 선배들의 차림새와 행태를 속으로 능멸하곤 했다. 노래 ‘민중의 아버지’는 전형적인 도시인의 아버지이다. 그래도 그를 포함한 많은 선배들(전도사, 목사, 신부)의 삶과 투신은 어린 내 마음에 큰 영향을 남겼다.

이후 나는 늦게 입대했다가 2년 후 풀려났다. 우리 교단 내에서 성직자가 된, 그의 동기인 선배들을 만났는데, 김흥겸 선배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군대에 있을 때, 그의 소식을 듣던 참이었다. 암 투병을 하다가 몸이 좋아진 후, 성공회 쪽에서 성직을 희망했노라고 했다. 그런데 다시 악화되어 이제는 가망이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얼마 후 신촌 세브란스에서 열린 그의 살아있는 ‘장례식’에 갔다. 많이들 울었다. 특히, 그가 어느 대목에서 ‘사람들에게 용서를 빈다’고 했을 때, 많은 이는 죄책감의 눈물을 흘렸다.

다음 해 1월 어느 날,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가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잠시 생각하다, ‘죽은 자’의 장례식에 가지 않겠노라 답했다. 이미 그의 ‘산 장례식’을 치른 탓이라 했다. 아니, 그냥 그가 살아있는 모습으로만 기억하고 싶었다. 그 날 밤, 아내와 술을 한 잔 했다.

대학 생활 이후로 도시에 산 탓에, 그 ‘도시인’의 아버지는 내 아버지가 되어 있었다. 여러 사연으로 미국 땅에 유학을 왔다. 옛 생각과 더불어 한국 생각도 많이 났고, 내 생활도 여전히 궁핍했다. 고통받는 이들의 처지는 나아지지 않았다. 종종 이 노래를 불렀다. 어느 짧은 페이퍼를 위해 어떤 시를 번역했다가, 갑자기 이 시가 떠올랐다. 흥얼거리다가 단숨에 번역해서 친구인 신부님께 살펴달라면서 번역을 마무리했다. 2004년 어느 여름 날 허름한 카페에서, ‘작은 이들의 하느님’을 부르며, 그와 그의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5 Responses to “김흥겸 “민중의 아버지” 영역”

  1. Young-Jin Min Says:

    우리말로 영어로 같은 감동이 전달됩니다. 영역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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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Dongwon Goh Says:

    주낙현 신부님! 고맙습니다. 얼마 전 이 노래가 떠올랐거든요..연세대학교 신과대학 채플에서도 특송으로 불렀던 기억이 납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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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권현중 Says:

    민중의 아버지 ! 예, 낮은자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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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박성율 Says:

    감사합니다. 김흥겸 다시 기억하게 해주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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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백성현 Says:

    감사합니다. 흥겸이형하고 난곡에서 빈활을 함께 했던 사람입니다. 아련한 기억을 다시 깨워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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