떼제로 향하는 젊은 벗들에게
이 나이 되도록 프랑스 떼제 공동체에 가보지 못했지만, 지난 25여년 동안, 떼제는 내 신앙의 동경이요, 기도 생활의 모본이요, 신앙의 벗들, 그리고 가족과 나누는 기도의 못자리였다. 10대 말에 책으로 접했던 떼제 이야기와 떼제 성가, 그리고 다양한 떼제 기도 경험, 한국 화곡동 떼제 공동체 기도 체험, 그리고 성가수녀원에서 한동안 지속했던 떼제 기도 모임, 미국에서 가족과 종종 찾던 머시 센터의 떼제 기도 모임.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난다고 걱정할 때, 떼제에는 세계의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어 그곳의 불편한 삶을 감수하고, 그 젊음의 생명과 서로 나누는 우정을 하느님이 주신 선물로 이해하며 함께 모여 기도한다. 이런 ‘봄의 새순’ 같은 기도가 교회의 생수이겠건만, 10년 전에 성공회 신문에 이를 다시 소개하고, 실제로 여러 모양으로 시도했건만, 여전히 우리 교회에 자리 잡지 못한다. 아마도 성과를 빨리 바라는 조급증 때문일 테다. 다른 이들에게서 그윽하게 빛나는 거룩한 얼굴을 인정하지 못하는 질시 때문일 성도 싶다. 푸릇하고 젊은 가슴 안에 심어야 할 깊은 기억이 여러 이유와 모양으로 짓눌리는 시절 탓일 테다.
이제는 내 아들과 딸과 더불어 언제나 한번 가볼까 궁리할 뿐인 터에, 떼제를 향하는 젊은이들, 떼제 순례 중인 이들을 향해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님이 건네의 우정의 인사를 옮긴다.
내가 십대였을 때 처음 떼제에 갔습니다. 그 첫 기억은 텐트에 퍼붓듯 쏟아지는 비였죠. 무서웠어요. 여러분에게는 그런 경험이 없기를 정말로 바랍니다. 그러나 새로운 경험이나, 새로운 일이 생기는 순간에 그것도 꼭 나쁜 신고식이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왜냐면 내 두 번째 경험 때문인데요. 떼제에서는 그런 일 때문에 친구 사귀는 일이 정말 쉬워진다는 것을 경험했거든요. 사람들이 그냥 와서 자신을 소개하고,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아주 다른 배경에서 온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다른 나라와 다는 문화에서 온 사람들은 여러분이 그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처럼, 여러분에게도 관심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서 말이에요. 그리고 함께 있다는 걸로 서로 기뻐할 겁니다. 떼제 경험의 중요한 부분은 새로운 사람들, 새로운 문화들, 새로운 경험들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세계에는 친구가 될 사람들이 가득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세 번째 경험은 어떤 점에서 가장 깊이 기억에 남는 것인데, 바로 성당 안에서 가진 침묵의 시간입니다. 떼제의 본당, 전체 공동체 교회 안이었죠. 작은 마을 성당에서 경험한 침묵도 마찬가지입니다. 작지만 역사적인 성당이고 때로는 정교회 전례를 거행하기도 합니다. 은은하게 빛나는 촛불과 함께하는 깊은 침묵, 하느님과 함께 머물려고 시간을 내어놓는 사람들. 내 생각에, 떼제에 있으면서 가장 어렵기도 하고 가장 흥미로운 경험은 속도를 늦추고 느리게 사는 것을 배우는 일입니다. 여러분 주위에서 모든 것들이 빛나도록 내버려 두는 것이죠. 말들과 사진들과 촛불의 은은한 빛, 그리고 다른 사람들 얼굴에서 빛나는 은은함으로 서서히 다가서는 것입니다. 하느님과 함께하는 정적을 배우고, 그리하여 하느님께서 여러분에게 말씀하시고픈 바를 말씀하시도록 내어 놓는 것을 배웁니다. 어떤 좋은 인상을 만들기 위해서 늘 바쁘게 살 필요가 없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죠. 여러분이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하느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떼제 경험이 여러분 인생에 깊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내 생애 처음으로 방문해서 가지게 된 기억처럼 말이죠. 그 경험이 친구를 사귀고, 하느님을 새롭게 경험하는 시간이길 바랍니다. 모든 것을 느리게 하는 시간, 여러분 자신을 위한 시간, 기도와 사랑이 비추는 은은한 빛 속에 흠뻑 젖는 시간이길 빕니다.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