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a vita in morte sumus
1년 남짓 암투병 끝에 이동석 신부님이 방금 전 별세하셨다. 어제 고비를 맞아 마지막으로 성체도 영하셨다고 했다. 이제 막 원숙하게 사목하실 그 힘찬 기운을 주님께서 홀연히 거두어 가셨다. 마흔 여섯은 너무 젊다.
지난 여름 만나 “속상해 죽겠어요” 말하며 하릴없이 눈물지으며, 그의 어색하지 않은 오른손 두 손가락과 굳게 나눈 악수가 마지막 인사가 되었다. 언젠가 강화에서 순무 김치 깊숙히 박혀있던 삭은 밴댕이 한마리를 내 밥 숟갈에 올리며 들라 하시던 그 넓은 환대의 웃음을 살아서는 못보게 되었다. 아직 나눌 일과 이야기가 많은데…
신부님은 어디에서 “수명(壽命)을 살지 말고, 생명(生命)을 사십시오!”라고 절절히 당부하셨단다. 그 생명을 살아가셨으니, 이제 부활의 생명으로 전이하셨으리라.
신부님, 긴 여행길에 작별 인사 제대로 못 나눠서 죄송해요. 멀리서 한밤 중에 눈물로 배웅합니다. 어느날 환하게 다시 뵙겠습니다.
Media Vita In Morte Sumus
삶의 한 가운데 우리의 죽음이 있으니
주님 말고 우리가 그 누구에게서 도움을 얻으리요.
주님은 우리 죄를 위한 분이시니.거룩하신 하느님,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분,
거룩하시고 자비가 넘치시는 구원자,
우리를 죽음의 황량한 뜰에 버려두지 마소서.주님 안에 우리의 선조들이 그네의 희망을 두었으니
그들이 그네의 희망을 두었으니,
주님께서 그들을 자유케 하시나이다.거룩하신 하느님, 거룩하시고 전능하신 분,
거룩하시고 자비가 넘치시는 구원자,
우리를 죽음의 황량한 뜰에 버려두지 마소서.삶의 한 가운데 우리의 죽음이 있으니.
December 8th, 2008 at 1:41 am
주님, 별세한 고 이동석 신부님이 주님의 자비로 영원한 안식을 얻게 하소서. 주여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아멘.
[Reply]
December 9th, 2008 at 3:32 am
주신부님,
조프란시스님께 건강에 대해 전해 들었는데…
모쪼록 몸과 마음이 평안하고 강건하시길 기원합니다.
이동석 스테반 신부님,
저와 나이도 동갑이고 사목지도 제일 가까운 데…
정작 말씀을 편하게 많이 깊이 나누지는 못했습니다.
혹여 사목에 대한 고심이 병으로 깊어지셨는가 생각하다 보면
공연히 제가 죄스러운 마음까지 듭니다.
하지만 신부님의 짧은 생애에 관해 인간적인 동정을 보이는 말씀들은
더 이상 불필요한 일, 아니 터무니 없는 일입니다.
김현호신부님의 배려로 5일 아침 별세조도를 제가 인도하면서 말씀을 전했는데 늘상 교우들의 장례예식때에 드리던 대로 말씀을 전하면서도 마음이 계속 무거웠습니다. 그간의 저의 확신들이 약간 흔들리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그런데 입관식 때에 부르던 부활 찬송 첫 구절에서 부활의 의미가 죽음의 권세를 꺾으신 것이라는 깨우침이 새롭게 강하게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그리고 뵙는 이동석신부님의 편히 잠드신 얼굴에는 평안을 넘어서 은은한 기쁨까지 느껴졌습니다.
많은 분들의 마지막 얼굴을 뵈었고 거의 대부분 믿음안에서 평화로운 얼굴이셨지만 이동석 신부님의 경우에는 뭐랄까 그에 더하여 기품이 어려있다고나 할까요?
내심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신부님을 슬퍼할 계제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리어 남은 우리 자신의 삶을 통해 이신부님만큼 참되게 최선을 다할 수 있는가 돌아보아야 하리라고, 이미 달릴 길을 다 달려 영광의 월계관을 쓰신 이신부님께서 남은 삶을 사는 우리를 위해 격려하는 마음으로 기도해주시리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깊은 확신 속에서 이신부님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제게 깊은 깨우침을 선물로 주고 떠나심을 감사드립니다.
우리 모두가 같은 운명에, 같은 소망을 지녔다는 것은 더더욱 감사한 일입니다.
[Reply]
December 9th, 2008 at 8:11 am
바우로 /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Reply]
December 9th, 2008 at 8:31 am
임종호 / 건강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아지고 있습니다. 마음 한켠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여러모로 돌이켜 보고 있습니다.
이신부님 삼우제까지를 추모기간으로 정해 스스로 삼가했습니다. 그동안에도 여러 일들이 갑자기 겹쳐서 몸과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슬픔과 감사가 교차하는 순간에도 죽음에 기대어, 정신나간 몇은 대체 나이를 어디로 먹었는지 부끄러운 짓을 마다 않다는 소리와, 지도자라는 분들의 줏대없는 언동을 전해듣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의 쓸쓸함을 듣습니다. 먼발치 흐릿한 감상이려니 합니다만, 성소와 교회의 선교에 대한 매우 불행한 기운을 느낍니다. 그 기운이 부끄러운줄 모르고 번지고 있습니다. 바짝 정신 차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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