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과 국가보안법 2
성공회 정의평화사제단이 지난 13일부터 국회 앞에서 국가보안법 폐지 촉구 성명서를 발표하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이어 15일에는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한 대한성공회 대책위원회”가 마련되어 이를 지지하며 성탄 전야 24일까지 단식 농성에 들어간다고 결의했다.
태평양 건너 있는 처지라 그분들과 함께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지만, 기도라는 연대의 틀이 있다는게 감사하다. 눈에 선한 국회 앞 천막 농성장 찬바닥에서 성무일과로 단식과 농성과 기도의 삼위일체를 만들어내는 신부님들은 역시 삼위일체 신앙인들 답다.
오늘은 복음서 독서를 통해서, 분열 속에서 증오를 키우는 일들에 대한 단호한 거부와 함께 예수님처럼 세상의 아픔에 대한 “예민함”과 치유에 대해서 속내를 나누었고, 대림절기의 기대처럼 “평화”에 대한 아름다운 희망을 펼쳐내며 그 희망의 주인공들은 오늘도 배를 비웠다.
또한 두려움과 공포가 곧장 권력의 횡포와 폭력의 다른 이름이라는 깨달음을 통해서 여전히 거꾸로 가려는 과거 권력자들의 어처구니 없는 생떼쓰기와 여기저기 포진한 목쉰 교회 권력자들의 불안함을 간파하며 안스러워 했다.
함께 나눈 복음 묵상의 끝에 단식 끝나고 나서 가장 먹고 싶은 음식 이야기로 서로를 달래며 웃음으로 허기를 채우는 그 여유로운 얼굴에서 나는 여전히 예수님을 본다. 국가보안법이 휘두르는 공포가 두려운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도사린 자기 아닌 다른 사람들에 대한 두려움이 더 무섭다. 그 두려움이 죄의 실상이요, 억압의 실상임을 꿰뚫어 보신 분이 예수님이시다. 그 다름들을 넘어, 아니 오히려 이를 축하하며 서로들 둘러 앉아 토닥이며 격려하며 훌훌 자유롭게 걸리지 않고 살아가는 넉넉함을 예수님께서 보여주셨다.
멀리 떨어져 있지만 찬바닥 천막 속의 신부님들은 내 안에 따뜻하게 자리 잡고 계시다. 먼 세월이었지만 예수님의 그 넉넉함과 자유로움이 나를 감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