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는 하느님의 일
미국 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례(예전) 관련 저널이라면 단연 “워십”(Worship)을 꼽겠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의 전례 운동이 미국에 와서 버질 미셸 신부(Fr. Virgil Michel:1890-1938)를 통해서 사회 정의와 전례의 삶을 결합시키게 되었다, 그가 창간한 저널(Orate Fratres)이 이름을 바꾸어 아직까지 “워십”으로 이어진다. 현재 편집장이자 미국 내의 주도적인 전례학자 가운데 한 분인 네이선 미첼(Nathan Mitchell)의 글 한 토막을 옮겨본다. 전례(예전)의 개혁이든 쇄신이든, 혹은 어떤 변형을 추구하든 간에 명심할 단순한 원칙이다.
전례(예전)는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하시는 일이지, 우리가 하느님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다. 오직 하느님만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느님을 올바르고 아름답게 예배할 것인지를 보여 주신다. 전례(예전)는 우리가 하느님을 위해 드리는 어떤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우리를 위해, 그리고 우리 안에서 하시는 아름다운 어떤 것이다. 함께 드리는 예배는 우리가 하는 일이 아니요, 우리가 주도하는 것도 아니다. 성 베네딕도 규칙서가 되새겨 주듯이, 전례는 오푸스 데이( Opus Dei), 곧 하느님의 일이다. 우리의 일이란 굶주리는 사람을 먹이는 일이요, 목마른 이를 채워주는 일이요, 헐벗은 이를 옷입혀 주는 일이요, 병든 이들을 보살피는 일이요, 집 없는 이들에게 피난처를 마련하는 일이요, 감옥에 갇힌 자를 찾아보는 일이요, 낯선 이들을 환대하는 일이요, 금새 상처받는 작은 이들과 궁핍한 이들에게 우리의 손과 마음을 여는 일이다. 이런 일을 우리가 잘 감당할 때, 전례(예전)와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이 제대로 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