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장한 즐거움

어느 수사님과 대화를 나누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어서 한마디 보탰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나 비장하게 살았어요. 20년이 지난 80년대를 못벗어난거죠. 근데 이게 결국 자신을 짓누르더라구요. 그래서 형이나 나나 이제 좀 그 비장함을 벗어나 조금은 가볍게 즐겁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해요. 그게 상처난 자신을 투영해서 다른 이들에게 상처를 되돌리지 않고, 자신을 포함해 다른 상처난 몸들을 잘 보듬어 안고 가는 길이겠다고요. 그게 탈출구없는 절망(의 상황)에서 오래 버텨 살아남아서 끈질기게 저항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구요… 이제야 철드는 건가요?”

6 Responses to “비장한 즐거움”

  1. 짠이아빠 Says:

    아.. 짧지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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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r. joo Says:

    아.. 유명하신 짠이아버님께서 이곳까지 들르시다니… 하여튼 반갑습니다. 저도 블로그에 종종 들어가보곤 한답니다. 그나저나 이게 철드는 소리인지 아직 철안난 티를 내는 건지 모르겠지만 생각이 함께 울려나게 되었다니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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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거 Says:

    몸에 밴 80년대의 음울함을 떨쳐내기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요즘 세대들 가운데 다른 사람들에게 우울함을 전이시키지 않으면서, 즐겁게 저항하고 있는 수많은 인지적 활동가들을 만나는데, 그게 “비장한 즐거움”이라는 역설로 정의될 수 있다는 것을 이제 막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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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r. joo Says:

    아거님, 이리 친히 왕림해주실 줄 몰랐습니다.(ㅎㅎ)

    정말 그렇지요, 바로 그것때문에 한참 나눈 이야기 가운데 한토막이었는데요, 서로 좀 슬펐습니다.

    “즐겁게 저항하고 있는 수많은 인지적 활동가들”을 언급하실 때 그게 한국의 상황인가요? 아니면 지금살고 계시는 “절망(의 상황)”의 미국인가요?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끊일 듯이 끈질긴 즐거운 저항을 오히려 미국에서 보는 것 같아서요. 제가 한동안 한국을 신문과 전화로만 경험해놔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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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거 Says:

    미국과 한국 다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차이는 미국에서는 이런 인지적 활동가의 모임들도 기성 조직만큼
    체계화되어 있고 펀드레이징도 잘 되고, 홍보도 잘 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테면 최근 don imus를 무너뜨린 사례도 이런 인지적 활동가들이
    올린 쾌거가 아닐까 싶습니다.
    http://gatorlog.com/?p=709

    사실 전 주 신부님의 글과 링크를 마치 강론을 듣듯이 꼬박꼬박 챙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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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fr. joo Says:

    다만 그 차이가 커서 아쉽기만 합니다. 저도 아거님의 글을 꼬박꼬박 챙겨 읽는터라 언급하신 “쾌거”를 읽었습니다.

    내 블로그를 챙겨읽는 이도 있다고 아내에 말했더니, 이렇게 재미없는 블로그를 아내보다 잘 읽어주는 분이 있으니 좋겠수라면서, 여기 샌프란시스코 근처에라도 들르시면 꼭 붙잡아 술이라도 한잔 사내야겠다고 조언합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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