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풀이
내 이름은 현(炫)이다. 낙(락:洛)은 이른바 형제와 나눠쓰는 항렬 이름, 세대 이름이다. 원래 “락현”이라고 쓰고 불렸는데, 초등학교 6학년 담임선생님이 성도 아닌 것에 두음법칙을 적용하여 “낙현”이라고 고집해서 그리하고 말았다. “주라켠”이 그나마 듣기 나은데…
아버지는 형을 찬(燦:빛나다)으로 이름 짓고, 그 화(火)변을 따라서 같은 의미의 현(炫: 밝다)을 내게 붙여 주셨다. (이름에서 그리 잘쓰이지 않는 한자다.) 빛나는 물, 밝은 물이 우리 형제의 이름 뜻이다. 다만 형은 그리 빛나게 살지 않고, 나도 그리 밝게만 살고 있지 않으니, 돌아가신 아버지께 죄송할 따름이다. 당신 삶이 빛이 없고 밝지 못해 자식들에게서나마 그런 희망이 이뤄지길 바라셨을 텐데.
아버지의 지혜를 본받아 내 아들 딸 이름도 그렇게 연결해 보았다. 요한과 한나는 성서에서 곧장 따온 이름이지만, 요한(耀翰)은 “빛나는 날개, 혹은 붓”이 되면서 동시에 성 요한의 상징인 “독수리”를 뜻하도록 했고, 한나(翰娜)는 “재빠른 날개, 혹은 아름다운 날개”로 이름하면서 “한”(翰)자를 나누어 같은 뜻을 갖게 했다. 좋아하는 요한의 복음과 한나의 기도 탓도 있었다. 이들에게 소망과 축복을 담아 이름하였으니, 그런 삶을 꾸려가길 바란다.
훗날 나처럼 아이들이 자기 삶을 이름에 비추어 내게 죄송해할까? 그럴 것 없어. 아비는 그 이름 주면서 축복하는 것만으로도 너희로부터 이미 넘치게 받았으니까.
이름과 달리 “길게”(永) 사시지 못한 아버지가 그리운 조용한 오후.
November 4th, 2008 at 3:59 pm
이제야 읽네요.
저는 이 글에 댓글을 달 수 있으리라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대개 ‘공지’ 성격의 글에는 댓글을 남기지 못하는 블로그툴이 더 많거든요.
그런 사연이 계셨군요.
주요한, 주한나…
멋진 아빠를 가진 아이들도 참 축복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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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4th, 2008 at 4:01 pm
지금 다시 대문에서 살펴보니 공지가 아니라 ‘랜덤 포스트’였군요.
나름 애독자를 자처하는데…
왠지 송구스럽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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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4th, 2008 at 8:42 pm
민노씨 / 왜 송구스러워하시는지. 글을 자주 올리지 못해서, 얼마 전에 간단한 위젯을 집어 넣었는데 그게 좀 혼동을 준 것 같군요. 그나저나 좋은 부모되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늘 미안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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