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돌아오는 길 2

아래 적은 일들로 몇몇 분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말한 대로 그릇이 크지 않아 혼자서 삭일 만한 내공이 없는 탓이었다. 지난 며칠 간 함께 나눈 분들의 위로와 격려가 큰 힘이 되었노라고 이 자리에서 사의를 표한다.

어떤 이와는 이런 말로 염려를 같이 했다. “아무 말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을 포용이라고 생각하고, 아무런 일이나 벌어지도록 내버려 두는 것을 관용이라고 한다면, 이는 포용과 관용에 대한 배신이 아닐까? 톨레랑스는 톨레랑스를 억압하는 것에 대한 불용(앵-톨레랑스)을 포함하는 것인데.”

어떤 이는 하찮은 것들에게 크게 대하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겠냐며 허허로운 웃음의 지혜로 오히려 덕담을 건네셨다. 작은 소갈머리를 잠시 탓했다. (mea culpa, mea culpa, mea maxima culpa!)

그리고 어떤 이는 자신의 처지를 돌이켜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심지어는 함께 마음 아파 울었노라고 하며, 편지에, 책자에, 다른 여러 글들을 손수 복사해서 급행 우편으로 보내 주셨다. 참 고마운 손길이다. 그 작은 봉투에 담겨져 있는 마음씀씀이에 한동안 멍멍했다.

그는 이런 생각을 편지 여기 저기에 적었다.

[공부도 하고 스스로를 깊이 돌아본 결과]… 문제 있는 사람들이 남을 문제가 있다는 시각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상처받은 사람들이 상처를 줍니다. 이를 거울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물론 완벽한 사람은 절대로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꼭 문제가 있어서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은 아닙니다. “나를 비난하고 나와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분명히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먼저 사랑하고 긍정하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지도자를 훈련시키고 성장시키는 과정이 있습니다. [특히] 영적 지도자들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반드시 거치는 과정이 있는데, 그것은 거부, 배척당함, 비난받음, 그리고 그 과정을 통과하면 경험하는 절대적인 고독과 홀로 있음입니다. 그런 과정을 통하여 하느님을 더욱 신뢰하게 되고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게 되며, 또한 자신의 인격을 성찰하고 연마합니다…

지금의 현실을 수용하시기 바랍니다. 라인홀드 니이버의 평온을 위한 기도가 도움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함께 부친] 책 속에 있는 마틴 루터 킹 목사의 경험은 제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부하지 말고 수용하고 나면 하느님께서 해결해 주시는 것을 경험합니다…

그 수용에는 자기 자신을 수용하는 것도 포함합니다.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더욱 살아가는 것입니다. 자기 자신이 되는 것입니다. 남들때문에 나 스스로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것은 하느님께서 원치 않습니다…

사목을 하면서 깨달은 최고의 진리 가운데 하나는 ‘인간은 죄인’이라는 사실입니다. 불합리하고 이기적이고 파괴적이고 악마적이고, 도무지 신뢰할 수 없고, 그래서 인간에 대해서 절망했습니다. 화났습니다. 하느님께 울부짖었습니다…

그 때 하느님께서 주신 말씀은 “그래서 내가 예수 그리스도를 보내지 않았느냐? 너를 위해서, 그리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해서” 였습니다. 그래서 판단을, 정죄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포용할 수 밖에 없는,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인간임을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절망, 원망, 분노는 죄에 대한 이해로,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자비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우리는 하느님의 도움에 의존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은혜입니다. 우리의 도움이 어디서 오는가? 우리의 도움은 천지를 지으신 그분에게서 옵니다. 그것이 은혜입니다…

사랑하는 신부님, 지금까지 해 오신 일을 힘차게 계속 해 나가세요. 주님께서 힘 주실 것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가족을 돌보는 데 열심을 내세요. 공부보다도 가족을 돌보는 일이 더욱 귀중한 일입니다.

어느 부분에서는 동의하지 않는 면도 있지만, 이 모든 말씀들이 따뜻한 마음을 건네고 큰 사랑으로 다가 왔으니 그 도전에 내 자신을 맡기고, 오래도록 되씹어야 하겠다.

이래저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멀었지만,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고 고민하는 많은 이들의 따뜻한 손길에 들려 조심스럽게 안착하고 있다. 좀더 내 자신의 기준을 벼를 일이요, 내 속의 지경은 넓힐 일이다. 도와 주시고 격려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합장.

4 Responses to “집으로 돌아오는 길 2”

  1. 민노씨 Says:

    오히려 제가 신부님께 합장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 )
    졸문이나마 고마움을 붙잡기 위해 글 하나 썼는데요, 트랙백 쏩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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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민노씨.네 Says:

    글이 기도가 되는 곳… via media…

    거기다 적은 글들로 심기가 불편한 분들이 뒷담화하거나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통에 마음이 산란했다. 이런 일로 마음에 파장이 이는 건 분명 내 그릇이 작은 탓이요, 마음이 깊지 않은 탓이…

  3. 부엉이 Says:

    블로그 계속 보고 있기는 했는데..뭐라 말씀드려야 할지..
    주님께서 찢어지고 터진 마음들을 돌보시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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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r. joo Says:

    부엉이 / 다시 뵈어 반가워요. 격려의 손길 전해준 것 잊지 않고 있습니다. 기도들 덕택에 힘을 얻고 있습니다. 좀더 힘차게 볼 수 있기를 스스로도 바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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