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타인처럼 여행한다
에드워드 사이드 관련 논문을 하나 읽는데, 첫머리에 팔레스타인 시인 마흐무드 다르위시(Mahmoud Darwish, 1941-2008)의 시 한 편이 걸려 있다. 이십 수년 전, 고등학교 막바지에 구해 친구들과 돌려 읽은 ‘팔레스타인 저항 시선’이 생각났다. 창비에서 나왔는지 실천문학사에서 나왔는지 기억마저 감감하다.
2천 년 넘도록 유배당한 유대인들이 옛 땅을 회복한다는 핑계로 자본과 권력으로 점령하여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유배시킨 모순의 땅. 그곳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아직도 계속되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의 갈등 속에서 무고하고 무참한 희생을 치르고 있다. 그 희생은 언제나 끝날까?
그 길고도 먼 여정에서 다르위시는 희망의 끈을 놓치 않는다. 유배의 삶은 시편과 예언서들과 복음을 읽으며 키우는 새로운 생명이 될 테니까. 잠시 멈추어 그 여정을 기리며, 바삐 멋대로 졸역하여 올린다.
우리는 타인처럼 여행한다.
마흐무드 다르위시
우리는 타인처럼 여행한다. 그러나 어디로도 돌아올 수 없으니, 여행은
구름 길과 같은 것.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구름의 어둠 속에, 나무들 뿌리 사이에 묻는다.
그리고 우리는 아내들에게 말했다. 우리 같은 아이를 낳자고
수 백 년에 걸쳐, 우리는 이 여정을 끝낼 수 있으리니
한 나라의 시간, 불가능한 것의 잣대를 향한 여정을
우리는 시편을 마차 삼아 여행하고, 예언자의 천막에서 잠을 자며
때때로 집시처럼 외치러 나오느니.
우리는 새의 부리로 공간을 측량하거나, 저 먼 거리를 향해
노래하고 달빛을 씻느니.
그대의 길은 멀고, 이 먼 길을 감내하는 일곱 여인의 꿈은
그대의 어깨 위에 있느니. 그들을 위해 야자수를 흔들어라, 그리하여
그 이름들을 알게 되고, 갈릴래아 소년의 어머니가 될 이를 알게 되리니
우리에게는 말씀을 지닌 나라가 있느니. 발언하라. 발언하라. 그리하여
우리가 이 여행의 끝을 알게 되리니.
원시: Mahmoud Darwish, “We Travel Like Other People” (1984)
번역: 주낙현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