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네딕트 축일
성 베네딕트(c.480~c.540) 축일인 탓에, 축일 본기도와 성인의 <규칙> (RB:the Rule of Benedict)에서 마음을 붙잡는 부분과 짧은 생각을 옮긴다.
본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사랑이신 성부에 관한 지혜를 우리에게 가르치셨으니, 우리에게 은총을 내리시어 주님의 종 베네딕트의 가르침과 모본을 따라 주님을 섬기는 공동체 안에서 사랑과 기꺼운 의지로 걷게 하소서. 우리의 기도에 주님의 귀를 열어 들어주시고, 주님의 축복으로 우리 손이 펼치는 일을 번성하게 하소서.
서방 교회 수도원 운동의 아버지인 성 베네딕트의 <규칙>(RB)에는 이런 말이 있다.
“주님의 거룩한 산에 쉴 이는 누군가요?”
“잔꾀 없이 걸어가는 이, 옳은 일을 하는 이, 마음에서 진실을 말하는 이, 사기를 혀에 담지 않는 이, 이웃을 해롭게 하지 않는 이, 남에 대해 모함하는 악마를 믿지 않는 이”(RB).
시편 15편을 따다 쓴 스승의 대답인데, “남에 대해서 모함하는 악마를 믿지 않는 이”(RB 서언 27)라고 말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이는 의역이다. 직역하면 “제 이웃에 대한 모욕을 용납하지 말라” “이웃에 대한 중상에 귀 기울이지 마라”이다. 의역이 더 강렬하다. 악마의 본질을 못 박듯이 규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악마를 믿지 말고, 귀 기울이지 마라. 이런 악마가 동서고금 일상 곳곳에서 활개친다.
이 때문이었을까? 베네딕트 성인과 여러 교부들은 시편 3편을 하루 기도의 준비로 삼으셨다.
“주님, 저를 괴롭히고 넘어뜨리려는 자들이 어찌 이리 많습니까? 빈정대는 자들이 또 많기도 합니다…정녕 주님은 원수들의 턱을 치시고, 악인들의 이빨을 부수시는 분.”
다시 이런 권고가 나온다.
“하느님에게서 오는 빛에 눈을 열자꾸나. 그리고 날마다 부르시는 그 소리에 귀를 열자꾸나.” (RB)
그리고 성인은 시편 4편을 끝기도에 사용하도록 했다.
“정의의 하느님, 제가 부르짖을 때 들어주소서… 정의를 주님을 향한 제물로 바치고, 주님을 신뢰하여라… 주님께서 큰 기쁨을 제 마음 속에 베푸셨으니… 평화로이 자리에 누워 잠듭니다.”
베딕딕트 수도 전통에는 독특한 메달이 있고 이런 말이 새겨있다. “우리 죽을 때에 그분이 함께하시어 우리가 힘을 얻게 하소서”(EIUS IN OBITU NRO PRAESENTIA MUNIAMUR). 그 “죽을 때”와 “함께하심”과 두려움 없도록 하는 “힘”을, 곱씹는 시절이다.
한편, 성 베네딕트를 호수성인으로 모신 이들과 그 이름을 지닌 분들에게 평화와 축복!
July 11th, 2014 at 6:42 am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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