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성당 – 치유와 환대의 성소

대성당 – 치유와 환대의 성소(聖所) (마태 21:12~16)1

교회는 하느님께서 펼치신 구원에 감사하고 찬양하러 ‘모이는’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하느님의 구원을 세상에 선포하고 실천하려고 ‘흩어지는’ 공동체입니다. 모여서 감사하는 공동체가 정처 없이 서성이는 사람들을 초대하여 함께 사귀고 변화와 기쁨을 누리는 곳이 성당입니다. 흩어져서 선교하는 공동체가 되도록 말씀이신 하느님인 예수 그리스도를 먹고 마셔서 힘을 얻고 주는 장소가 성당입니다. 이렇게 교회와 성당은 전례의 공동체이며 선교의 공동체로 하나가 됩니다.

오늘 읽는 성서는 놀라운 소식을 전합니다. 솔로몬은 아름다운 성전을 지어 바치며 겸손히 기도했습니다. ‘저 하늘도 주님을 모시지 못할 터인데 소인이 지은 이 전이야말로 말해 무엇하겠습니까?’(열왕상 8:27). 그런데 사도 바울로 성인은 하늘도 아닌 우리 그리스도인이 ‘살아계신 하느님의 성전’이며,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서 살며 우리와 함께 거닌다고 선언합니다(2고린 6:16). 베드로서는 신앙인이 ‘살아 있는 돌’이 되어 ‘신령한 집’을 건축하고, 그 안에서 아예 ‘거룩한 사제’로 예배를 드리라고 우리를 초대합니다(1베드 2:5).

하느님께서는 보잘것없는 우리를 ‘선택하시어 왕의 사제들, 거룩한 겨레, 하느님의 백성’인 교회로 부르십니다. 세례받은 모든 신자를 ‘거룩한 사제’라 부르신 뜻이 명백합니다. 어둠 아래서 고통받은 이들을 구하시는 하느님의 구원 역사에 참여하라는 사명 때문입니다. 사랑과 자비가 없던 세상에 사랑과 자비를 넘치도록 베푸는 성소(聖所)가 되라는 초대요, 명령입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을 개혁하신 이야기에 우리 교회의 미래와 희망이 담겨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을 쫓아내셨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서 ‘악의와 기만과 위선과 시기와 비방’을 일삼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은 성전을 ‘죽이는 돌’입니다. 예수님께는 하느님의 구원이 펼쳐지는 예배와 기도를 드리는 집이 필요했습니다. 군데군데 무너지는 곳을 지탱할 ‘산 돌’로 지은 ‘기도하는 집’이 필요합니다.

‘기도하는 집’에서 일어난 일은 ‘소경들과 절름발이들’의 치유와 회복이었습니다. 기도는 정신과 마음 내면의 일에 머물지 않고 몸과 행동으로 펼쳐지는 사랑 자체입니다. 낯선 사람과 고통받는 사람을 환대하고 치유하는 행동이 기도입니다. 이 활동을 보고 사람들이 외치는 ‘호산나’ 함성에 우리 교회의 성장과 희망이 있습니다.

축성 89주년을 맞은 서울 주교좌 성당은 콘크리트 도심에서 꽃과 나무의 생명을 보존하며 겸손하고 너른 품으로 지친 사람을 초대하는 쉼터입니다. 하느님의 꿈이 그리운 사람들이 모여 찬미하며 더 많은 생명이 깃들도록 품는 보금자리, 주님의 몸과 피로 힘을 얻어 세상을 향해 사랑과 치유의 손길을 펼치는 순례를 시작하는 성소(聖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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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 주교좌 성당 2015년 5월 3일치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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