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 나라 – 모든 성인의 감사 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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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나라 – 모든 성인의 감사 잔치 (마태 6:25~33)12

성찬례의 어원은 ‘감사’를 뜻하는 ‘유카리스티아’입니다. 성공회는 이 뜻을 잘 알아서 예전부터 성찬례를 ‘감사제’로 불렀습니다. 2004년 기도서 이후로 우리는 말씀과 성찬을 함께 나누며 감사와 찬양을 드리는 예배를 ‘감사 성찬례’로 부릅니다. 성서와 교회의 전통을 잘 헤아린 표현입니다.

‘감사 성찬례’는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에 드러난 구원 사건을 아우르는 잔치입니다. 배고픈 이들을 배불리 먹이신 음식 기적은 교회가 어떤 사람들에게 먼저 눈을 돌려 어떤 일을 실천해야 하는지 보여줍니다. ‘죄인들과 먹고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는 힐난을 들었던 예수님은 당신의 식탁에서 누구도 배척하지 않으셨습니다. 성 목요일에 제자들과 나눴던 마지막 저녁 식사는 당신의 몸과 피를 나누듯이 신앙인의 삶이 다른 사람을 향한 희생과 헌신이어야 한다는 간절한 부탁입니다. 예수님의 죽음에 절망하여 엠마오로 낙향하던 제자들이 낯선 나그네를 만나 동행하며 그의 ‘말씀’을 듣고 ‘음식’을 나눌 때 부활한 예수님을 깨달았던 사건은 그 자체로 성찬례의 구조입니다.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이 모든 일을 기억하며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으로 성찬례를 드렸습니다.

오늘 이사야 예언자는 이 구원의 잔치를 미리 노래했습니다. 보잘것없는 사람들을 높이시고 누구 한 명 예외 없이 ‘모든’ 사람을 초대하여 베푸신 잔치입니다. 나라 잃고 헤매던 이들을 거룩한 산으로 초대하여 ‘연한 살코기’와 ‘맑은 술’의 잔치를 베푸십니다. 삶 속에 겪은 상처와 아픔, 실패와 좌절 때문에 고개 숙일 필요 없다며, 잔치의 당당한 손님으로 환영하십니다. ‘살코기와 술’로 마련된 예수님의 성체와 보혈을 먹고 마시며, 그 넉넉한 환대에 감사하고 찬양하면서 흥을 누리는 잔치가 바로 성찬례입니다.

요한 묵시록은 이 잔치가 여는 ‘새 하늘과 새 땅’의 꿈을 노래합니다. 하느님의 구원 잔치는 몇몇 사람과 특정한 지역에서만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눈물과 슬픔과 고통에 있는 이들을 먼저 일으키시어 아름다운 ‘신부’로 높이 삼아 사랑해 주십니다. ‘신랑’이신 예수님과 ‘신부’인 교회가 누리는 혼인 잔치에서 우리 신앙인은 모두 ‘신부’처럼 아름답고 귀한 존재입니다. 이 잔치에서 우리 수고의 땀방울이 포도주와 떡으로 결실을 맺고, 우리 아픔의 눈물은 그리스도의 성체와 보혈로 거룩하게 됩니다. 이 아름다운 변화 속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새로운 생명을 먹고 마시는 사람이 됩니다.

오늘 우리가 기념하는 ‘모든 성인들’은 오늘 이곳에 모인 ‘모든 교우들의 얼굴’입니다.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구원의 잔치에 초대받은 우리는 “솔로몬의 옷보다 화려한 꽃 한 송이들”입니다. 모든 성인과 모든 교우가 모인 교회는 있는 그대로 저마다 다채롭게 피어올라 서로 어울려 다른 색깔을 축하하고 보살피는 장엄한 꽃들의 정원입니다. 이 정원에서 펼쳐지는 환대와 친교의 잔치가 감사 성찬례입니다. 이 성찬례 안에서 하느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리며, 우리가 서로 귀하게 여기고 서로 고마워하며 누리는 새로운 관계가 우리가 구하며 맛보는 하느님 나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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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2 독서와 시편은 모든 성인의 날, 복음은 추수감사절 복음(↩)
  2.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2015년 11월1일 모든 성인의 날, 모든 교우의 날, 추수감사절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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