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 –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라

대림 –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라 (루가 21:25~36)1

새해를 맞았습니다. 한 해가 한 달이나 남았는데, 새해라니요? 그리스도교회는 아기 예수의 오심을 준비하는 대림절로 한 해를 시작합니다. 교회는 의도적으로 세상의 시간을 비껴서 거룩한 시간을 새로 마련했습니다. 세상 달력은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도는 주기와 계절의 변화를 따르고, 그 새해의 기준점도 편의대로 정했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의 거룩한 시간인 교회력은 기준점과 뜻이 분명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기다리고 준비하는 대림절이 새해입니다. 하느님께서 이 세상에 예수로 오셔서 우리와 함께하신 사건이 시간의 기준점입니다. 세상이 정한 기대와 시간을 비껴서서, 예수님의 삶에 우리 희망과 시간을 포개어 살겠다고 다짐합니다.

대림절의 말뜻은 ‘오심’입니다. 신앙의 새해인 대림절에는 하느님께서 우리 안에 오셔서 새로운 일이 벌어지리라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합니다. 예언자 예레미야는 고통스럽고 절망스러운 처지에서 외칩니다. 하느님께서 오셔서 뒤틀리고 부서진 우리 삶을 회복하시리라 희망합니다. 그 희망은 예수님이 오셔서 이루어졌습니다. 첫 번째 오심(성육신)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몸소 가난하고 연약한 사람이 되셔서 고통 속에 있는 이들과 더불어 사시며 치유를 펼치시고 사랑을 나누셨습니다. 쉽지 않더라도, 예수님의 삶을 우리 삶에 포개어 살 때 하느님께서 다스리는 삶과 새로운 생명이 펼쳐집니다. 이 삶이 세상 곳곳에 끝까지 펼쳐질 때 우리는 예수님께서 다시 오시리라 믿습니다. 두 번째 오심(재림)입니다.

예수님께서 오셨는데 우리 현실은 왜 이렇게 암담할까요? 고통스럽고 힘들면 하느님께 도움을 요청해야 할 텐데, 왜 세상은 더 “흥청대며 먹고 마시는 일”에 빠져 살까요? 예수님께서 다시 오실 텐데, 왜 우리는 “세상 걱정에 마음을 빼앗기며” 살아가는 것일까요? 주님의 가르침은 분명합니다.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세상일을 보고 사는 탓입니다. 절망의 현실에서는 당장 자신을 위로하고 기쁨을 주는 일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럴수록 중독과 우울의 그림자가 더 짙어집니다. 장래와 노후에 관한 염려와 계획에 사로잡히면 마음의 시선을 자기 자신에게만 두고 가족만 보살피기에도 벅찬 인생이 됩니다. 그럴수록 걱정과 불안이 떠나지 않고 팍팍한 삶이 계속됩니다. 이때, 우리 마음과 생활 안에 오시는 하느님은 거절당하고, 우리 인생은 ‘덫’에서 헤어나지 못합니다. 성서가 경고하는 ‘멸망의 길’입니다.

사도 바울로는 ‘하느님 오심’의 세 번째 차원인 생명의 길을 누리도록 간절히 기도합니다. 우리 앞길은 사람의 염려가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으로 열립니다. 하느님의 길을 걷는 사람은 자기 사랑에서 벗어나 하느님 사랑을 마음과 몸으로 널리 나누어 자신과 다른 사람의 삶을 풍성하게 합니다. 이 행동으로 우리 믿음은 굳건해집니다. 이 때 우리는 절망과 고통의 자리를 털고 일어나 “하느님 앞에서 거룩하고 흠 없는 사람”으로 우뚝 설 수 있습니다. 신앙인은 고통스럽고 암담한 현실 속에서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습니다. 어려울 수록 몸을 일으켜 머리를 들고 다른 이에게 손을 펼치는 신앙인이 우리 가족과 교회와 세상에 새로운 희망을 낳습니다. 어둠 덮은 세상의 시간을 넘어서는 대림절은 이 희망찬 신앙과 삶의 새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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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2015년 11월 29일 대림 1주일 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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