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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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낙현 요셉 신부 (서울주교좌성당 – 전례학 ・ 성공회 신학)

서울교구는 오는 11월 26일 정기 교구 의회 중에 새 주교를 선출한다. 서울교구만이 아니라 전국 교회가 바른 주교 식별과 선출을 바라며 성령의 인도 아래 한마음으로 기도드리고 있다. 때가 가까워지면서 복잡한 논의와 민망한 논쟁도 적잖다. 바른 지도자를 뽑겠다는 신앙의 책임을 통감한다는 증거다. 그런데 ‘이참에 주교제를 없애면 안되느냐?’ ‘임기만 짧으면 된다’는 차가운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먼저 물어야 한다. ’주교는 누구인가?’ 그 대답을 복음과 교회의 선교 전통 안에서 찾고 있는가? 이 물음과 대답이 없다면 후회를 되풀이한다고 역사는 말한다. 다시, 주교는 누구인가? 우리 기대와 판단 기준은 교회 전통에 근거가 있는가?

주교직은 교회 선교의 필요에 따라 마련된 역사의 산물이다. 성공회는 초대교회 신앙과 삶에 새겨진 주교 상을 온전히 담으려 했다. 복음의 전파와 교회 선교의 방편으로 주교제를 택했다. 그래서 주교제는 그리스도교의 필수 요소가 아니지만, 성공회 전통에는 필수 요소이다. 주교제를 포기하면 적어도 성공회는 아니다. 여기에 이견을 달 수 없다. 문제는 주교직을 바로 이해하고 세우는 일이다.

초대교회와 성공회 전통은 주교를 신앙의 교사, 공동체의 사목자, 복음의 진리에 목숨을 바치는 순교자로 가르친다.

교사로서 주교는 생각과 신념이 어지러운 신앙을 바로 세우고, 변화하는 세상 안에서 그리스도교 신앙을 설득하는 사람이다. 교회와 세상을 위태롭게 살아가는 신앙인의 경험을 분석하여 신학으로 정리하고 이를 신앙의 행동으로 이끈다. 주교는 현장의 신학 교사이다.

사목자로서 주교는 ‘교구’라는 한 교회를 신앙의 기준과 전례의 행동으로 아우르고 돌보는 사람이다. ‘교구’라는 한 교회의 책임 사목자인 주교는 자신의 대리자인 사제를 지역교회에 파송하여 주교의 권위로 신자를 보살핀다. 다양한 지역교회의 신앙과 선교의 일치는 전례 안에서 확인하고 쇄신한다. 이것이 선교를 위한 권위와 위계질서의 본질이다.

순교자로서 주교는 복음 전파와 선교에 삶을 바치는 사람이다. 여기서 권위가 선다. 순교(마티리아)라는 말은 ‘복음 증언’의 다른 말이었다. 순교자는 권력과 지위와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의 관심은 신앙을 세우고 이를 공동체가 누리며 증언하도록 돕는 일이다. 그 밖의 일은 순교의 의지를 꺾는 온갖 유혹일 뿐이다.

주교는 교사와 사목자와 순교자로서 일만 하면 된다. 신자들은 주교에게 다른 것을 기대할 필요가 없다. 자신의 지위로 생겨난 여러 다른 일에 귀와 눈을 파는 주교나, 주교에게 불필요한 책임을 다 맡기면서 그 업무 수행을 비판하는 신자나 모두 주교직을 위험에 빠뜨린다. 주교에게서 최고경영자(CEO)를 기대하면, 주교도 망치고 교회도 망친다.

본연을 되찾아 거듭 물어야 올바른 주교 식별이 가능하다. 이제 주교를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 (다음 호에 계속)

  1. [성공회신문] 2016년 10월 30일 치 – 서울교구 주교 선거를 앞두고 [성공회 신문]의 요청으로 짧은 글을 썼다. 이번 호에는 “주교는 누구인가?”라는 글에서 주교의 근본적인 직무를 되새기고, 다음 호에서는 “주교를 어떻게 식별할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주교 선출을 위한 식별의 기준을 제공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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