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사회와 미래 교회의 전망

15년 후쯤에 우리의 자녀들은 교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매주일 단정히 차려입고 교회에 모이는 사람들을 그들은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물리적인 공간에 대한 기존 개념이 이른바 사이버공간의 등장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받고 있다. 그 도전에 교회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 미국의 한 조사기관에서는 10대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도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그 내용이 우리 한국 교회의 현실과는 사뭇 이질적인 면이 없지 않지만, 미래 사회를 대비한 선교 비전을 기획하는 일에서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만은 없을 것 같아 들어본다.

이 조사 결과에서 놀랄만한 사실은 응답자 가운데 4%가 종교적이고 영적인 경험을 위해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으며, 그 수치는 조금씩 올라간다는 것이다. 또한 16%에 이르는 응답자는 향후 5년 내에 지금과 같은 교회에 기초하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서 종교 경험을 하게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중요한 것은 이런 대답을 하는 10대 응답자의 대부분이 현재 교회에 정기적으로 출석하고 있는 청소년들이라는 점이다.

청소년들만이 아니다. 이 조사기관의 보고에 따르면 성인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12%가 종교적인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 대부분은 대화방이나 전자우편을 통해서 종교 문제에 대해서 생각을 나눈다고 한다. 이 지표대로라면 미국내 성인 2천 5백만명이 매달 종교적인 의사 표현을 위해 인터넷을 사용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쯤 되면 이러한 사이버 신앙 생활에 대한 연령별 분포가 확연하게 구별된다는 것은 놀랄만한 일도 아니다. 18-32세의 젊은이들 17%가 이러한 목적으로 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는데 반해, 33-51세를 통틀어 11%, 52-70세까지는 8%, 71세 이상은 4%만이 통신망을 종교적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을 뿐이다. 뜻밖의 사실은 유색인종이 백인들보다 신앙 생활을 위한 인터넷 이용 빈도가 높고(16% 대 10%), 비그리스도인들도 그리스도인들과 비슷한 수치로 통신망을 이용한 신앙적 추구 현황을 보인다는 것이다(10% 대 14%). 또한 이 조사에 따르면 10대 청소년 가운데 60%가 비정기적이나마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매일 이용하는 10대는 9% 정도이다. 이들에게 종교는 인터넷에서 별로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정보를 찾아 보는 것이 가장 빈번한 일이고(93%), 종교적인 관심사에서 찾는 일은 4%정도를 차지한다.

이 조사 기관의 사장인 조오지 바르나씨는 이 조사 결과를 통해서 교회의 미래에 관해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혔다. “이 조사를 통해 볼 때 2010년쯤에는 10%에서 20%에 이르는 사람들이 종교적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선적으로 인터넷만을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이 사람들은 절대 교회 건물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 것이다. 인터넷을 포함한 다른 수단을 통해서 종교적이고 영적인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종교 지도자들이 기존 교회에서 발을 돌리게 될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어떻게 대하고, 이렇게 등장하고 있는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 어떤 도움을 줄지는 고민하다 보면, ‘사이버 처치'(SyberChurch)를 두고 ‘참’ 교회냐 아니냐는 논쟁은 벌어지지도 않을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이 사이버 처치에 대해서 못마땅해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윌로우 크릭 코뮤니티 교회가 지난 70년대 말과 80년대 초에 ‘찾아나서는 교회’라는 구상을 했을 때, 기존 교회 지도자들은 이를 쓸모 없고, 가능하지도 않으며 성서적인 신앙에도 부합하지 않는 방법이라고 거부했었다. 사이버 교회도 오늘날 기존 교회에서 이런 대접을 받을 것이 뻔하다.”

바르나씨는 또한 젊은 사람들이 현재 신앙적인 목적으로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는 조사치가 과소평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다수의 청소년들이 다른 사람과 대화하기 위해 통신망을 이용하고 있다. 대화방에 드나드는 상당수가 신앙과 영성, 종교와 의미, 진리와 관련된 대화를 나눈다. 이야말로 교회에서 마련하고 부추기는 대화의 내용이 아닌가? 청소년들은 이러한 대화를 종교적인 표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종교적이고 영적인 문제에 관련된 대화를 하면서 공동체와 영적인 신앙에 대한 감각을 자신도 모르게 키워나가는 것이다. 그 결과는 전통적인 교회가 마련하려고 했던 내용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바르나씨는 이러한 결과와 통찰을 바탕으로 미래 교회의 다양한 구조와 모델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러한 새로운 조사 결과는 현재 미국 교회의 구조가 이미 급속한 변화 안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말해 준다. 만일 사이버 교회를 자신들의 ‘본 교회’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수치에다가 독립적인 가정 교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과, 교회와 담을 쌓아가고 있는 사람들까지 합산한다면, 15년 이내에 미국인의 대부분은 전통적인 교회 모습으로부터 완전히 소외된 사람들로 남을 것이 분명하다.”

“개중에 몇몇 교회들이 좀더 다양한 청중과 신앙의 표현들을 허용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하지만 어떤 명확한 영적인 책임으로부터 독립되어 있기 때문에, 한편으로 만연하게될 신학적 이단으로 빠질 공산도 크게 된다. 그러므로 현재 그리스도교 지도자들이 씨름해야 할 가장 큰 문제는 새로운 형태의 교회를 중단시키는 일이 아니라, 굳이 성공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새로운 형식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극을 주는 노력이다. 오히려 도전은 이러한 새로운 모습의 교회가 기존 교회의 근거가 되는 근본적인 신학과 원리 안에서 어떻게 조정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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