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성공회를 분노케하는 사건들 – 한 동성애자 청년의 죽음
성공회 신자이자 동성애자였던 한 청년의 죽음이 미국 성공회를 들끓게 하고 있다. 지난 10월 12일 와이오밍주 라라미시 근처에서 매튜 쉐퍼드라는 21살난 대학생이 인적이 드문 골목으로 끌려나와 무참히 폭행을 당하고서는 영하의 기온에 버려졌다. 병원에 이송되긴 했지만 5일후 그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이 일로 두 청년이 피의자로 체포되고 이들의 여자친구들도 공범죄로 체포되었다. 경찰은 이 일을 강도 행각으로 보면서도 쉐퍼드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에 희생되었다고 인정했다. 이 일이 있기 전에 몇 달 사이에 두차례나 같은 이유로 폭행을 당한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는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가족이 다니고 있는 성공회 교회에서 복사로 봉사하며 신앙생활을 하던 청년이었다.
쉐퍼드의 죽음은 와이오밍대학교의 동료들 뿐만 아니라 와이오밍주의 정치인들과 백악관에도 충격을 주고 있으며, 미국 성공회 전역에 큰 슬픔과 분노를 가져다 주었다. 쉐퍼드가 입원한 병원으로 급히 달려간 빌 베이컨 신부는 이 사건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온통 붕대로 감싼 그의 곁에 모여 우리는 그가 숨을 거둘 때까지 기도를 바쳤다. 신호가 깜빡이고 산소호흡기 소리가 날 때마다 나는 동성애자들을 비난한 이번 람베스 회의의 결의안이 옳지 않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여러 생각 끝에 전원일치를 얻지 못하고 마지막에 붙여 넣은 ‘우리는 동성애자들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고 있으며 성적 지향이 어떻든 간에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의 일원으로서 세례를 받고 신앙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임을 확신한다’는 말이 얼마나 기만적인가를 생각했다. 우리는 지금 이 문제를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고 논쟁하며 이런 결의안 하나가 한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잊고 있다. 이 일로 상처받고 절망하는 사람들이 교회에는 너무도 많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 사건에 앞서 텍사스주 자스퍼 카운티에서 살해당했던 장애자이자 흑인이었던 성공회 신자 제임스 버드 주니어가 인종차별주의자의 폭행으로 살해되었던 일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로 미국성공회는 ‘증오’과 ‘편협한 신앙’은 죄악이라고 단정하면서 분노하고 있다. 에피스코팔 라이프(the Episcopal Life)지는 사설에서 이제는 인종차별주의라는 단순한 말도 사용하지 말자고 제안한다. 대신에 ‘증오’와 ‘편협한 신앙’이야 말로 온갖 형태의 차별주의를 낳는 근원으로 규정하고, 이를 우리의 신앙적 운동과 행동으로 척결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1995년도 미국 FBI의 집계에 따르면 차별과 증오에 의한 범죄가 9,947건으로 4년전의 4.558보다 높은 수치로 증가했다. 대부분은 흑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으며, 종교와 관련해서는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대다수를 차지했다. 동성애자들에 대한 범죄도 13%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