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성공회와 미국루터교회의 일치 결실 맺어
미국성공회(ECUSA)와 미국루터교회(ELCA)는 지난 1월 6일 주의 공현 대축일에 역사적인 일치의 예배를 공동으로 거행함으로써 실질적인 “완전한 상통관계”(Full Communion)에 들어갔다. “풀 코뮤니온”은 교회 일치 운동에서 교단의 통합 직전의 상태로, 양 교회의 성찬식을 비롯하여 성직자의 완전한 교류를 의미한다. 미국성공회와 미국루터교회의 에큐메니칼 협의 대표들은 지난 1월 5일 워싱턴디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러한 역사적인 일치의 진전을 발표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1월 5일 주의 공현 대축일에 내셔널 대성당에서 3,500여명의 신자들이 참여하여 약 세시간에 걸친 성찬례를 거행하였다. 교계는 물론 유수 일간지의 취재 경쟁도 상당했다.
이번 풀 코뮤니온을 위한 성찬식에는 미국루터교회의 65개 시노드의 대표들이 모두 참석했으며, 미국성공회 교구 대표들이 거의 모두 참석하여 양 교회의 일치를 축하했다. 참예자 3,500여명이 부르는 성가와 함께, 양 교회의 수좌주교와 감독, 그리고 예전 행렬은 우선 세례대로 이동하였으며, 프랭크 그리스월드 수좌주교는 “주님의 백성이 함께 만나 찬양과 기도를 드리는 이곳에 하느님이 계시니, 주님 안에서 우리가 더욱 풍족한 나눔을 갖길 원합니다”라고 말하고, 모든 참예자들은 “온 교회와 온 나라의 주님 세상의 변화 속에서도 의심치 말고 복음에 대한 신앙을 지켜 주님의 뜻을 실천하게 하소서”라고 노래했다. 이로써 양 교회에서 신학의 핵심을 차지하고 있는 세례성사에 대한 동의와 함께, 참예자들은 세례 갱신 서약을 함께 하며 “부활하신 그리스도에게로 되돌아가는 세례의 상징”으로 뿌리는 성수를 받으며 공동성찬례를 시작하였다.
설교에서 프랭크 그리스월드 수좌주교는 16세기 종교개혁자인 마틴 루터를 인용하여 “성도의 상통은 세례를 통하여 형성되며, 우리 양 교회의 형제와 자매들이 이룬 긴밀한 관계는 어느 누구도 생각할 수 없으며 어떤 사회도 흉내낼 수 없는 뿌리깊고 친밀한 관계”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하나이고 거룩하고 공번되고 사도적인 교회 안에 잇는 양 교회가 공동의 선교에 대한 부르심을 성찬례 안에서 확인하고 있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성찬의 성사에서 비로소 이기적인 사랑이 근절된다”는 루터의 말을 인용했다. “세례 서약 갱신과 함께 하는 우리의 성찬례는 우리 양 교회의 공동 선교를 기념하기 위한 예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나누는 친교(코뮤니온)의 근간을 이루며, 이 성찬례는 우리를 한 곳으로 모으고, 우리가 직면하게 될 미래의 수많은 도전과 복잡한 문제들 안에서도 우리를 지켜주는 근간”이라고 천명했다. 그리스월드 주교는 설교를 끝맺으면서 “이러한 풀 코뮤니온의 모본을 통해 나눔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고, 종교개혁 이후의 교회와 로마 교회, 그리고 동방 교회 사이에도 이런 일들이 진전되길 바란다”고 피력했다. 또한 “우리는 동방박사들처럼 집을 떠나 별을 따라 나서야 한다. 우리는 루터교회의 전통적인 아우구스부르그 신앙고백과 성공회의 공동기도서가 함께 머무는 방이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편중된 태도와 자신만의 이해를 접고, 서로를 성령 안에서 누리는 친교의 형제와 자매로 환영하는 일이며, 양 교회 안에서 서로 발견할 수 있는 은총의 선물들에 대해서 서로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스월드 주교는 끝으로 “하느님의 상상력은 우리 인간의 온갖 노력과 이해력을 뛰어넘으시므로, 하느님께서 궁극적으로 만들어 가실 교회의 변화와 정리를 보면서 우리는 항상 놀라움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 교회 각지에서 온 대표들이 인도하는 기도가 끝난 후, 미국루터교회 조오지 앤더슨 감독이 성찬례를 집전했다.
성찬례 전날 있었던 기자회견에서 그리스월드 주교와 앤더슨 감독은 이번 합의는 좀더 긴 여정을 위한 첫걸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미 마련된 여정의 첫걸음인 이번 합의와 출발은 향후 수많은 문제들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 말하고, “주의 공현 대축일에 거행될 예전에서는 이미 형성된 우리 관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양 교회가 함께 걸어야 할 예전적인 상호 인식을 위한 출발이 될 것이며, 이는 갈라진 세계에서 사목하라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대해 양 교회의 전통이 서로 응답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앤더슨 감독은 이번 풀 코뮤니언에 대해서 루터교 내에서 반대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참”이라고 운을 떼며, “이 과정에서 나타난 것들은 크게 우려할 만한 것은 아니며, 이에 반대하는 분들과 함께 하나된 마음으로 하느님께 간구하고, 그리스도의 몸인 전체 교회를 위해 궁극적으로 선한 일이 무엇인지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월드 주교는 “이번 코뮤니언 관계는 조직적인 관계”라고 말한 뒤, “이는 단순한 문서 상의 합의도 아니고 그렇다고 법적인 구속력을 가진 것도 아니다. 다만 이에 대해 우려하는 여러 가지 두려움들은 지속적인 관계의 생활 속에서 공동체 안에서 점차로 해결되리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리스월드 주교는 성공회 내에서 여성 사제 문제를 예를 들면서 “실제로 여성 성직자들의 실질적인 사목 활동을 경험하면서 이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말하면서 “그런 현상은 논쟁이 사라져서가 아니라, 새로운 인식을 갖게 살게 되면서 일어난 일”이라고 말하면서 양 교회의 관계도 그렇게 발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 교단의 이러한 긴밀한 교류로 인한 향후 거대 교단의 출현 가능성에 대해서 그리스월드 주교는 “미래는 미래에 맡겨두고 싶다. 성급한 예상은 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하느님은 경이의 하느님이시라는 것이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들이 전혀 다른 식으로 바뀌는 것을 과거에 많이 보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합의를 통해서 양 교회는 선교 전략을 서로 공유하고, 성직자의 상호 교류를 인정하게 되었으며, 양 교회의 역사적인 주교직에 대한 상호 교류도 계획하여 주교의 성품과 승좌에 대한 문제들도 풀어나갈 예정이다.
3시간에 걸친 이번 예식은 양 교회의 수좌주교와 감독이 세례대에 다시 돌아와 공현절 축복기도문을 읽는 것으로 끝났다.
“전능하신 하느님, 별빛으로 동방박사들을 인도하시어 빛 중에 빛이신 그리스도를 찾게 하신 것처럼, 우리 또한 주님을 향한 순례의 길에서 그리스도를 찾도록 인도하여 주소서. 요르단 강에서 주님의 세례 때에 성령을 보내신 것처럼, 우리에게도 성령을 부어 주시어 새로운 탄생을 맛보게 하소서. 아멘”
(Episcopal News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