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대주교 성탄절 메시지 2003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
The Most Revd. Dr. Rowan Williams, The Archbishop of Canterbury
성탄절에 즈음해서 우리가 부르고 말하는 성탄 노래들과 기도들은 얼핏 서로 모순되는 듯한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하깨 2장 7절의 말씀을 통해서 보면, 예수님은 “뭇 민족의 열망”이요, 모든 사람들이 기다리는 분이요,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만나고픈 분입니다. 모든 인생의 중심과 목적을 예수님 안에서 찾고 있다는 말입니다.
한편 우리는 “여관에 머무를 방이 없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부르는 성탄 노래는 “이 바쁜 세상”에는 그리스도를 위한 자리가 없다고 말하고, 또한 처음부터 사람의 아들은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분을 만나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이 때 이분은 인생의 중심에 있지 않고, 주변에 머무를 뿐입니다.
그러나 이는 그리스도인들이 갖고 있는 어떤 혼란의 표시는 아닙니다. 예수님이 진정한 인간이신 것처럼 참 하느님이시라면, 아무리 우리가 그분을 원한다 하더라도 그분이 우리 세상에 꼭 맞는 분은 아니라는 사실을 항상 직시해야 합니다.
이 세상을 향한 하느님의 목적은 우리의 작은 머리로 헤아리기에는 너무나도 신비롭습니다. 그 까닭에 우리는 그 목적을 따르겠다는 생각으로 우리를 놀라게 하거나 두렵게 하는 길들을 비켜나가려 합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우리 삶의 주변으로 내치고, 그분이 말씀하시고 실천하신 일들의 뜻을 피해가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 길을 비켜 갈 수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예수님의 삶과 사랑과 조화할 때라야 우리가 참된 인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드셨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뜻과, 그분의 현존, 그분의 인격적인 존재야 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안에 있는 이 깊은 장소를 발견하기 위한 매우 긴 여정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이 여정을 위해서 우리에게는 용기와 인내가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이렇게 주변으로 보이는 것이 진정한 중심입니다. 예수님은 두려움을 가져다 주는 낯선 분이기도 하며, 또한 그 누구보다도 우리 가까이서 친밀하게 말씀을 건네는 분이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성탄의 이야기와 노래는 하느님께서 만들어 주신 우리 자신을 꿰뚫어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동방박사의 여행을 다루는 T.S.엘리엇의 시는 세 명의 현자들이 가졌을 의문으로 우리를 초대합니다. “우리가 안내 받은 이 길은 새로운 탄생의 길인가? 아니면 죽음의 길인가?” 그 답은 ‘양쪽 다’라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생각에 따라 바라고, 우리를 안전하게 해줄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것들은 죽어야 하며, 새로 태어나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우리 자신, 즉 인간 안에 나타난 참된 하느님의 모상인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가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교회를 뒤덮고 있는 엄청난 불확실성과 혼란의 시기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를 분열시키는 논쟁들을 단번에 해소할 만한 해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또한 우리 모두는 이러한 논쟁들이 복음의 나눔이라는 책임으로부터 우리를 이탈시키고 있다는 사실에 진정으로 슬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탄절기를 통해서 우리는 진리가 자유주의자나 보수주의자를 막론하고 교회의 모든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린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모두 같은 그리스도 앞에 서 있으며, 그분이야 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 분이며, 동시에 지극히 낯설고 풍파를 일으키는 분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지금 다시 한번 진정한 중심을 찾기 위한 우리 마음의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할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이 여정은 반대자를 무찌를 수 있는 좀더 나은 논거를 찾자는 것이 아니요, 교회를 구하려는 좀더 나은 계획을 만들자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이 여정을 통해서 새로 태어난 아기를 처음 만났던 사람들처럼 좀더 큰 두려움과 놀라움을 지닌 사람으로 자라나야 합니다. 또한 우리가 다루고 있는 엄청난 신비에 대해서 다만 조금 진전된 깨달음과, 그것이 우리 각자에게 던져주는 질문들을 가지고 이 분열되고 불완전한 교회 안에서 살아가는 힘겨운 일들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이웃의 실패에 몰두하기 전에, 우리는 아기 예수 그리스도의 현존 안에서 우리 자신의 탄생과 죽음을 먼저 직시해야 합니다. 이것이 어디에 우리의 중심과 주변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길입니다. 바로 이것이 우리 자신의 관심과 염려에 따른 중심이 아니라, 하느님의 중심을 찾는 길입니다.
천사들이 그들에게 말했습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목자들은 서로에게 말했습니다. “어서 베들레헴으로 가서 보자.”
* 이 성탄절 메시지는 세계성공회사무소(런던)의 요청으로 주낙현 신부가 번역하여 세계성공회 홈페이지와 한국성공회 신문에 공식 게재되었습니다.
March 28th, 2015 at 2:34 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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