캔터베리 대주교 성탄절 메시지 2005

아마도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의 마음을 온통 빼앗았던 두 개의 장면이 있다면 그것은 지난 성탄절 직후에 찾아온 쓰나미의 재앙과 지난 가을 미국 남부를 강타했던 허리케인의 재해일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왜 세상에 이러한 비극을 허용하시는 것일까 하는 의문은 쉽게 가시지 않습니다. 하지만 성탄절은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한가지 사실을 되새겨 줍니다. 그리고 이것은 고통에 응답하시는 하느님의 방법이기도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마술 지팡이를 흔드시지 않습니다. 간단히 하늘에서 내려와 이런 것들을 말끔히 치우시지도 않습니다. 하느님은 한 인간으로 이 세상에 오셔서, 그를 통해서 하느님 사랑의 완전을 통해서만 이런 일을 변화시킬 것입니다. 예수님은 그분이 아버지라고 부르던 분, 자신의 신적인 삶의 신적인 근원이신 그분의 뜻에 자신을 바치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느 한 순간도, 당신 삶의 원천이 되는 이 궁극적이고 총체적인 사랑의 분출을 가로막지 않으십니다. 그분은 모든 희생을 감수하시며, 매 순간 이 변화의 목적에 당신을 내어 주십니다. 그리하여 이 세상은 변화되고, 죽음을 이겨내고, 이 세상은 그 심연에서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게 됩니다. 그리하여 이제 우리가 변하게 됩니다. 새로운 일들이 우리를 통해 일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랑을 통한 응답과 참여라는 새로운 차원이 그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고통의 문제에 대한 그리스도교의 대답은 이론이 아니라, 삶과 죽음의 이야기, 바로 예수님의 삶과 죽음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제 그 대답이 신뢰할 만한 것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이야기가 우리 이야기 속에서 현실화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고통에 대하여 우리의 실천을 통해서 응답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우리는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앙은 입에 발린 말로 회복되거나 깊어지지 않습니다. 행동을 통한 증언으로써만 회복되고 강화됩니다. 올 한 해가 제가 가져다 주었던 감동은 수많은 사람들이 쓰나미의 피해자들의 절망 어린 현실과, 뉴올리언즈의 고통 받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던 따뜻함이었습니다.

저는 동남 아시아 관구와 스리랑카 쿠루나굴라 교구의 성공회 신자들이 펼쳤던 헌신적인 활동에 대한 감동 어린 편지를 받았습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이론적인 문제들을 묻는 것은 잠시 미루고 우선 가장 시급한 현실에 응답하는 행동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며칠 전 저는 미국 텍사스의 한 여성에게서 이야기를 들었는데,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집을 잃어버린 이들을 도와서 몇 주간을 불철주야로 일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이 참혹한 고통이라는 도전에 대해서 어떻게 응답해야 할지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은 하느님의 길을 따라 순종과 봉사와 사랑을 펼치는 행동입니다.

그리스도교는 모든 일이 그저 잘 될 것이라는 환상에서 우리를 꺼내주는 종교입니다. 하느님께서 보시기에 이 성탄절은 한 작은 아기의 울음 소리였습니다. 위기와 고통의 삶이 시작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분의 은총과 성령을 통하여, 우리가 이 세상의 고통스러운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지를 보여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사랑하는 세계성공회의 미래에 대해서 고뇌하며, 온갖 논쟁과 괴로운 싸움을 하고 진행하고 있는 이 순간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하느님께서 우리 성공회의 문제를 어떤 하나의 계획이나 공식으로 해결해 주시지는 않을 것이며, 다만 예수님 안에 머무는 그분의 사랑이라는 기적으로써만 풀어주실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이러한 하느님의 계획에 참여하기를 바란다면, 우리는 먼저 모든 것을 희생하고 그 사랑에 전적으로, 아무런 조건 없이 우리 주신을 바쳐야 합니다. 연약하고 작은 이 아기의 성탄 속에서 일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의 연약함과 작음 속에서 일하시기를 빕니다. 하느님께서 이 시간 여러분에게 강복하시고, 힘주시기를 기원합니다.

+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

* 이 성탄절 메시지는 세계성공회사무소(런던)의 요청으로 주낙현 신부가 번역하여 세계성공회 웹페이지한국성공회 신문에 공식 게재됩니다.

One Response to “캔터베리 대주교 성탄절 메시지 2005”

  1. 켄터베리 대주교의 크리스마스 메시지 via 주낙현 신부님 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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