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공회 “윈저 보고서 2004” 발표
2003년 미국 성공회의 동성애자 주교 성품과 캐나다 성공회 뉴웨스터민스터 교구의 동성애 커플 축복 예식 인준으로 불거진 세계성공회의 일치에 관한 혼란이 일단은 화해와 대화를 향한 촉구로 가닥을 잡게 됐다. 작년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가 임명한 람베스 특별위원회는 이 문제로 야기된 세계성공회의 일치 문제에 대해서 1년 동안 연구하고 토의한 결과를 10월 18일 보고서로 제출했다.
그 내용의 골자는 이렇다. 미국성공회는 교회의 일치에 혼란을 야기한 것에 대해서 사과해야 한다. 그러나 이미 성품된 동성애자 주교에 대한 특별한 제재 조처는 없을 것이다.
람베스 위원회 위원장 로빈 이임즈 대주교가 발표한 92페이지의 “윈저보고서 2004”는 보수파들의 미국 교회의 파문 요구를 일축한 가운데, 미국교회의 결정이 7천 7백만의 신자를 거느린 세계성공회의 자매 교회들과 나누는 “사랑의 연대를 위한 적절한 자율적 제약”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이임즈 대주교는 이 보고서를 통해서 이후 동성애자 주교 성품은 일시 유예되어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미국성공회가 이미 성품한 진 로빈슨 주교에 대해서는 이를 제재할 “어떤 장치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미국교회는 세계 교회와 화해할 새로운 기회가 맞게 되었고, 이 보고서를 통해서 미국성공회에 대해 치명타를 던지리라 기대했던 보수주의자들은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처지가 됐다.
그러나 이 보고서가 미국성공회를 비판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세계성공회의 여러 교회를 통해서 제기된 우려에 직면하면서도 해당 후보자를 선출하고 인준함으로써, 미국성공회는 미국 성공회 자체와 세계성공회의 많은 신실한 신자들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밝힌 보고서는 미국성공회가 성공회의 일치를 깨뜨린 데 대해서 “유감을 표현해야 한다”고 말하고, 진 로빈슨 주교를 성품한 7명의 주교들은 세계성공회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서 재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여기에는 미국성공회의 수좌주교인 프랭크 그리스월드 주교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보고서는 로빈슨 주교의 사임이나 이임을 촉구하지는 않았다. 진 로빈슨 주교는 보수주의자들의 사임 요구를 거절한 바 있으며, 이 보고서가 발표된 직후 어떤 논평도 하지 않았다고 주교 대변인 밝혔다.
보고서는 또 미국성공회와 캐나다성공회의 동성애 커플 축복은 그리스도교 신앙에 “적절한 적용”이 아니라고 말하고, 이러한 축복 예식 사용의 중지를 촉구하고, 이에 대해서도 사과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축복 예식을 인준한 캐나다 성공회 뉴웨스터민스터 교구(밴쿠버 지역)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캐나다 성공회 관구장인 앤드류 허치슨 대주교는 “이 문제를 판단한 어떤 권한도 존재하지 않으며, 이 보고서는 어느 누구도 구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임즈 대주교는 기자 회견을 통해서 성공회의 여러 관구들은 “하나의 가족으로 형성된 사랑의 관계를 벗어나 공동의 신앙과 실천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보고서를 펴낸 17명의 람베스 위원회 위원들도 세계성공회의 미래는 모두가 “함께 걸어가는 일”에 달려 있다고 하면서, 만약 미국 교회가 이러한 제안을 거절한다면, “최후의 수단”으로 파문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람베스 특별 위원회는 세계성공회에서 파견된 주교들과 사제, 그리고 평신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국교회의 대표는 미국 버지니아 성공회 신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는 은퇴 주교 마크 다이어 교수 한 명뿐이었다.
미국 성공회에 대한 강력한 비판의 어조와 함께, 이 보고서는 또한 보수주의자들의 독립 관구 설립 주장을 단호히 일축했다. 실제로 보수주의자들은 미국성공회의 치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교회들을 조직하여 난 몇 년 동안 미국 내에 독립된 새로운 성공회 지부를 만들고자 노력해왔다.
보고서는 미국에는 하나의 성공회를 유지하면서, 보수적인 주교들이 교구의 영역을 초월해서 비슷한 생각을 가진 교회들을 치리할 수 있는 방법이 더욱 합당하며, 미국성공회의 내부의 일에 관섭하는 외국 주교들의 처사는 당장 중지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미국성공회 내 보수파의 좌장 격인 켄달 하몬 신부는 이 보고서가 “나름대로 애쓴 흔적은 있지만, 전혀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평했다. 하몬 신부는 “세계성공회는 아름다운 가족 공동체이지만, 가족을 강조하다가 많은 여러 사실들을 무시해왔으며, 그 하나가 진리에 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이 가족 공동체가 진정한 일치를 가지려면, 진리 안에서의 일치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세계성공회의 최고 지도자인 로완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대립적인 양쪽 모두에게 일치를 호소하며, “성급한 판단”을 내리지 말라고 요청했다. 윌리암스 대주교는 이 보고서가 “매우 어려운 현실의 도전에 대한 쉽고 간단한 해법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며, “이러한 도전들에 진중하게 대면하려 할 때, 우리가 늘 해왔던 것처럼, 우리가 어떻게 이 길을 함께 계속 걸어가야 할 것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이 보고서는 미국 주교들을 포함해서 세계성공회 주교들에게 회람될 것이며, 그 권고 사안이 공식적으로 받아들여지기 까지는 몇 달 혹은 몇 년의 시간이 더 필요할 지도 모른다.
세계성공회가 직면한 이러한 도전은 성공회가 38개의 독립된 자율적 관구로 구성되어 있는 것과 관련이 크다. 람베스 위원회는 미국과 캐나다 교회가 이러한 자율성에 근거해서 동성애자 주교와 동성애 커플 축복 예식을 만들어낸 것을 비판했다. 보고서는 이 두 교회가 신학적으로 “진기한 것”을 만들어 냈다고 표현하기도 했으며, 이런 결정 과정 속에서 전체 교회에 끼칠 영향에 대해서 고려하지 않았다고 언급했다. “우리가 보기에 여기에 관여한 분들은 이러한 결정이 가져올 파급 효과에 대해서 좀더 고려를 했어야 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이다.
람베스 위원회는 이 논쟁을 처리하게 될 캔터베리 대주교를 돕기 위해 “자문 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이 같은 자문위원회가 “어떤 공식적인 권한”을 가진 것은 아니라고 밝혔으며, 이임즈 대주교 역시 기자들과의 대화 속에서 “성공회는 어떤 중앙 집권적 권한 구조를 원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현재 세계성공회의 “일치를 위한 기구”는 캔터베리 대주교와 10년에 한번씩 주교들이 모이는 람베스 회의, 세계성공회협의회, 그리고 관구장 회의이다.
이 보고서의 제안 중에서 가장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성공회 규약”과 관련된 것이다. 실제로 이것은 어떤 구속력이 없기 때문에, 회원 교회들이 이를 지키지 않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 제안은 주교직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발언을 담고 있다. 즉 주교는 “소속 교회와 세계성공회의 분열과 긴장의 원인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며, 또한 주교는 세계성공회의 “공동선”을 위해서만 각 관구를 향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고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인준을 받아야 한다”고 말한다.
진 로빈슨의 주교 인준을 지지하고, 성품식을 집전한 미국성공회 프랭크 그리스월드 수좌주교는 이 제안들을 검토했으며, “이러한 언급은 신중하게 연구될 필요가 있다”며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이어서 “성공회 역사를 통해서 볼 때, 우리는 지금까지 분명한 경계선을 긋자는 주장과 성령님께서 다양한 상황과 맥락 속에서 특정한 방식을 가지고 스스로를 드러내는 여지를 두자는 주장 사이의 긴장을 조절하며 살아왔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성공회 보수주의 그룹을 이끌고 있는 피츠버그 교구의 밥 던컨 주교는 이 보고서를 통해서 세계성공회는 미국성공회가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잘못된 행동”을 계속하도록 문을 열어 놓았다면서 상반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어 “이 보고서는 미국성공회가 스스로를 치리할 만큼 건강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지난 30년 동안 그렇게 잘해왔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고 의구심을 드러낸 후 “미국성공회가 제대로 되돌아 올 것이라고 보는 이 보고서의 부드럽다 못해 점잔 빼는 듯한 시각은 전혀 현실성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는 내년 1월에 있을 관구장 회의 준비를 위한 실행위원회가 열리는 10월 18일에 발표되어 캔터베리 대주교에게 제출되었으며, 발표 직후 캔터베리 대주교를 비롯한 세계성공회의 여러 관구장들은 람베스 위원회의 노력에 대해 사의를 표하고, 동시에 이 보고서의 요청 사항을 최대한 존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논쟁의 핵심에 있는 당사자인 미국성공회 프랭크 그리스월드 수좌주교 또한 즉각적으로 개인 성명을 발표했다. 그는 특별히 미국성공회 안에 있는 많은 동성애자 신자들의 신앙과 교회를 위한 그들의 헌신에 대해 언급한 다음, 세계성공회 안에서도 역시 신실한 동성애자들이 선교를 위해서 힘쓰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울러 성적 지향의 문제로 억압당하고 있는 세계의 현실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하며 교회의 선교 사명으로서 이들을 향한 배려와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동성애자 주교 성품과 관련하여 세계 교회에 끼친 좋지 못한 영향에 대해서 유감을 표시했으나, 보고서와 관련하여 매우 조심스러운 접근을 요구했다. 이것은 보고서는 그 전체의 맥락 속에서 읽어야 하며, 자기의 입장을 덧입혀서 읽는 일이 없기를 당부하고, 성공회의 전통적인 포용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의 입장에서 이 보고서가 지닌 깊은 의미를 살피기를 요청했다. 또한 그리스월드 주교는 이후 미국성공회 전역에서 주교원과 상임위원회를 통해서 이 보고서의 권고에 대해서 광범위하고 열려 있는 토론을 벌여 그 의미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윈저 보고서 2004”는 이후 세계성공회에서 광범위한 토론을 유발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벌써부터 자유주의자나 보수주의자 모두가 만족할 수 없는 보고서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어떤 이들은 바로 이런 점에서 이 보고서가 성공회의 전통적인 “중용”의 길을 명백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한다. 어느 쪽에게도 확실한 승리를 선언하지 않고, 다양성에 대한 존중과 각 관구 교회와 세계성공회 전체 대한 존중을 다시금 촉구하고 있다. 지속될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 보고서를 가지고 세계성공회가 다시금 열린 마음으로 서로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게 될 것은 분명하다.
이와 관련하여 이임즈 대주교는 보고서 서문에서 이 보고서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설명했다. “이 보고서는 어떤 심판이 아닙니다. 이것은 어떤 과정의 일부분입니다. 이것은 치유와 화해를 향한 순례의 한 부분입니다.” (외신종합)
October 16th, 2007 at 10:17 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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