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말씀이 아니다”

“시”의 대체말 : 종교 – 신앙 – 신학 – 예전

시는 말씀이 아니다. 말하는 형식이다.
그러므로 장르는 운명이다.
나는 시라는 장르적 특성 안에 편안히 안주한 시들은 싫다.
자기만의 형식이 없고 목소리만 있는 시들도 싫다.
나는 시라는 운명을 벗어나려는,
그러나 한사코 시 안에 있으려는,
그런 시를 쓸 때가 좋았다.
그 팽팽한 형식적 긴장이 나를 시쓰게 했다.
양수막 속에서 튀어나오려는 태아처럼.
자루에 갇힌 고양이처럼.

김혜순 [불쌍한 사랑 기계] 문학과 지성사, 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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