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불성실한 블로그 관리로 그렇잖아도 적은 독자들마저 떠나갈 처지이니, 잠깐 변명하며 용서를 구해야겠다. 눈감아 달라는 이야기다.

가장 큰 원인은, 지난 3월말부터 진행하기 시작한 인터넷 프로젝트때문이다. 거창한 것은 아니고 인터넷 공간에서 성공회에 대한 정보를 체계있고, 신뢰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려보자는 오랜 생각을 시도해보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이 블로그를 포함하여, 성공회 위키, 성공회 전례학 포럼, 성공회 카페 블로그를 포함하고 있으며, 다른 분들의 도움을 얻는다면 성공회 뉴스 포털까지도 확대해 볼 생각이다. 하지만 몸도 머리도 하나인지라 한꺼번에 할 수는 없는 노릇,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우선은 전례학 포럼을 정착시키는 일이 필요한 탓에, 여기에 신경이 많이가서 상대적으로 블로깅이 게을러졌다. 어쨌든 지난 6월에 있었던 전례학 포럼과 올 10월말에 있을 교구 전례 세미나를 위해서라도 손이 더 갈 수 밖에 없다. 자료들을 찾아 가공하거나, 번역해서 올리고 있으며, 토론 주제가 있으면 이를 진척시키도록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인터넷 포럼을 통하여 성공회 전례와 전례 생활에 관하여 신자들과 성직자들이 함께 소통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다른 사소한 원인도 있으니, 다소 심리적인 것이다. 세계성공회에서 논란되는 몇가지 문제를 다룬 글을 관구 홈페이지 게시판에 올린 “죄”로 거침없는 난타를 당했다. 늘 있는 일이려니 생각했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내 안의 또다른 자아는 깊이 상처를 입었던 듯하다. 그런 처지를 알아차리지 않고 내 겉의 자아는 태연한 척했으니, 내 속의 자아는 몹시 서운했을 것이다. 결국 자꾸 주저하며 위축되었다.

내 나름의 건강한 신앙적 성찰에 기반하여 공정하게 드러낸 생각이었다는 믿음이, 막무가내인 공격 앞에서 스스로를 입막음하는 자기검열로 이어진 것은 아닌가 추측했다. 그게 마지막으로 내 자아가 스스로를 보호하려 했던 방편이었으리라고 나중에야 깨달았다. 그렇지 않아도 성직자들은 대체로 알게모르게 매우 엄격한 자기검열 기제를 작동시키고 살아간다. 사실 그렇지 않으면 성직자 노릇 못한다. 그러나 당토없는 윽박지름은 이 기제의 건강한 작동을 손상시킨다. 이는 개인적으로 몹시 괴로운 일이고, 교회로보면 매우 크고 불행한 손실이다.

다만 격려하시는 분들이 적지않았으니 그로 위안삼아 내 마음도 보듬고 일어서보려는 참이다. 그 와중에 다시 ‘기다렸다는 듯이 몰려와서’ 분탕질하신 익명의 ‘싸나이들’이 또 등장하기도 했다. 이쯤이면 내 마음도 마음이려니와 그들이 몹시 가련할 수 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런 여러 것들을 손대다보니 블로그와 다른 프로젝트들의 차이와 경계가 혼란스러워졌다. 블로그 방향을 어느 쪽으로 잡아볼까? 이런 생각만 하다가 정작 글을 못 올린 것이다. 가닥잡히는 바로는 이곳에는 개인적인 생각들과 몇몇 이야기 소개와 나눔으로 이어볼까 한다. (두고보지 뭐.)

한줌도 안되는 비아메디아 블로그 독자 여러분, 이 구차한 변명으로 나를 용서하시려는가?

8 Responses to “변명”

  1. 짠이아빠 Says:

    에이.. 무슨 용서요.. ^^
    어제 저녁 충연과 소주 일잔하면서 신부님 이야기도 많이 했습니다.. 아주 미약하나마 블로그나 온라인에 관련해서는 작은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 무언가 있다면 제 메일로 상의해주세요.. ^^

    저도 충연처럼 신부님 팬이라는거 아시죠?.. ^^ 파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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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r. joo Says:

    마음을 편하게 해주시군요. 우선 바쁜 일을 좀 정리한 뒤 한 2주일 쯤 후에 부탁 드리겠습니다. 팬서비스가 좀 엉망이어서 죄송한데 혹 10월 말에 소주 한잔 할 자리라도 만드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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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바람숨결 Says:

    방학 동안 (제 능력이 부족해) 정신없는 교회 일과 개인 공부로,

    겨우 만들어 놓은 블로그를 개점휴업 만들었다고 벗들한테 난타를 당한 저로선
    신부님의 ‘변명(?)’이 남일 같지 않군요. ㅋㅋ

    몇년 전 온라인에서 만나기 시작해서 이제는 오프라인 상에서도
    자주 만나 공감하며 살고 더불어 공부하며 살아가는 ‘좌·변·기’의 벗들과
    방학 때 시작한 ‘정신분석학과 정분나기 Season 2’가 지금도 진행 중이라,

    그 개점휴업 상태가 언제 다시 정상화될지도.. ㅎㅎㅎㅎ

    ( =.,= 그래도 신부님의 재활동을 보니 저도 근질근질.. ㅋㅋ )

    그럼에도 하루에 한 번씩은 신부님 블로그에 들어와서
    삶의 작은 ‘빛 조각’들을 느끼고 가곤 하던 저같은 이들을 위해서

    아자~! 힘 내십시오!!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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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fr. joo Says:

    바람숨결님 반가워요. “신학생”은 “바쁘다”와 동의어지요. 압니다. 지치지 말기를 바랄 뿐이구요. 근데 정신분석학 공부하는 것은 좋은데(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정분”나서 떠나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 10월 말에 신대원생들과 다시 한번 모여볼 기회가 있을까요? 공식적으로든 비공식적(!)으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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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바람숨결 Says:

    저희야 대환영이죠. ^.^
    일단 한국에 들어오시면 연락주십시오. (현재 한국이신건 아니시죠?)

    전부는 몰라도,
    신부님의 공부 방향에 관심이 깊은 도반들을 모아보도록 합죠~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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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fr. joo Says:

    바람숨결님, 교구 전례 세미나가 10월 28일부터 31일까지이니, 만일 11월 1일 제성축일 미사로 복잡하지만 않다면 그날 함께 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저녁이 좋겠죠? ㅎㅎ ) 그 전에 저는 양신부님이나 장신부님께 연락해볼게요. 다른 수업 시간은 어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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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바람숨결 Says:

    11월 1일이라~ 현재 예정된 학교 일정을 알려드리면,

    10월 29일(월)~11월 9일(금)까지 그리스월드 주교님이 오셔서
    월~금요일 늦은 7시 30분~ 9시까지 특강을 하신다고 합니다.

    눈물겹게도 신대원생들 전원 동원령이 떨어진 상태이고,
    저같은 반항적(?)인 몇 학생들만 ‘선택적’으로 들어가겠다고 버티고 있는.. ㅋㅋ

    일정이 이렇다보니 어떻게 될지 현재로선 장담하기 어렵게 되었네요.. ㅜ.ㅜ

    요즘 학교에선 몇몇 학생들이 ‘저희들의’ 웹진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말 그대로 ‘고민만’ ㅋㅋㅋ)

    학교 생활 중,

    주로 하루일과를 마무리하며 쌉쌀한 주님 만나는 시간에 배설되는
    그 숱한 이야기들을 그냥 흘러버리지 말고 모아보자는 뜻에서 말입니다.

    어떤 방향을 정해놓고 하는 것이 아니고,
    각자의 교구로 불려간 후에도 소통이 가능한, 그런 불규칙한 웹진..

    현장에 발 딛으면 고민하게 되는 주제들을 하나씩 정해놓고,
    각자의 눈과 이야기로 난상토론을 해보자는 것이죠.

    그렇게 걸러진 이야기는 학교의 선생님들이나
    고민하며 사는 현장의 선배 사목자 분들과 재차 대화하는 형식의 글로 만들고..

    뭐.. 그런 야그들을 풀어보고 있습니다.

    사실, ‘문화연구’처럼 공동의 작업물이 될 수도 있는
    이런 것들이 ‘논문’을 대체했으면 하는 욕구도 있으나 현실은 멀기만 하니

    아직 배설되는 또 다른 얘기들로 흘러하고 있긴 하나,

    신부님의 다양한 작업들과 노력을 보며 ‘자극’받는
    많은 후배들이 있다는 걸 늘 잊지 마시고 어디서나 언제나 힘내시길

    우리 성령님의 숨결 안에서 말씀드립니다.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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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fr. joo Says:

    바람숨결님, 그리스월드 주교님이 그 때 강의하시는군요. 아마 “이냐시오 영성”이겠지요? 저도 틈을 내서 하루 정도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나서 늦으나마 편안한 번개모임을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그런 “동원” 행사에 마지 못해 참석하는 것도 여러모로 좋아요. ^^ 좋은 선생님 모시고 공부하는거니까.

    [웹진]이라… 좋은 생각입니다. 여기서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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