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오늘은 로메로 대주교(Óscar Arnulfo Romero y Galdámez, 1917~1980)의 축일이다. 그는 미사 봉헌 중에 군부의 총에 암살당했다.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봉헌하는 미사 동안에 죽임을 당한 대주교는 역사에 두 사람이 있다. 영국의 베켓트 대주교와 엘 살바도르의 로메로 대주교다. 권력은 이들을 재갈 물리고 싶어했다. 그를 순교의 성인으로 만든 이들은 따로 있었다. 엘 살바도르 해방신학과 실천의 상징이었던 루틸료 그란데 신부의 죽음이었고, 대주교를 따랐던 가난한 이들이었다. 그들 안에 그란데와 로메로는 살아 있다. 예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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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의 성인 로메로, 우리의 목자요 순교자
– Pedro Casaldáliga 주교

하느님의 천사는 그날 밤에 선포했지…

엘 살바도르의 심장에 새겨진
3월의, 고뇌의 24일.
당신은 빵을 봉헌하고
살아 있는 몸
– 당신 백성의 부서진 몸
그 몸이 흘린 승리의 피
– 살육당한 당신 백성, 그 무지랭이들의 피
그것은 기쁨의 포도주로 물들어야 했다, 축마(逐魔)의 새벽!
하느님의 천사는 그날 밤에 선포했지,
그리고 말씀은 죽음이 되었네, 다시, 당신의 죽음 안에서
죽음이 되었네, 매일, 당신 백성의 헐벗은 육신 안에서

그리고 그것은 새로운 생명이 되었네,
우리의 낡은 교회 안에서!

우리는 다시 증언할 준비가 되었다.
아메리카의 성 로메로, 우리의 목자요 순교자!
로메로, 온 대륙의 무구한 희망의 자색 꽃
로메로, 라틴 아메리카의 부활절.
가난하고 영광스러운 목자, 돈과 달러와, 외환으로 암살당했으니.

예수처럼, 제국의 명령으로
가난하고 영광스러운 목자,
버려졌다.
교회의 권좌에 있는 당신의 형제들에게서
(교권은 당신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 잘난 회당도 그리스도를 이해할 수 없듯이.)

당신의 가난한 이들이, 그렇지, 당신과 동행했으니,
신앙 깊은 분노로,
당신의 예언자적 선교의 풀밭과 양떼로,
민중들이 당신을 거룩하게 만들었으니.
당신 백성의 시간은 당신을 축성하여, 하느님의 시간에 거하게 했으니.
가난한 이들이 당신을 가르쳐 복음을 읽게 했으니.

아벨을 죽인 가인의 살인으로 상처받은 형제처럼
당신은 어떻게 울부짖을 줄 알았지, 그 동산에서.
당신은 두려움을 알았지, 전장에 있던 한 사나이처럼
하지만 당신은 어떻게 말씀을 전할 줄 알았지, 자유 안에서 울리는 종소리!

그리고 당신은 제대의 잔과 민중의 잔을 마실 줄 알았네,
두 손을 모아 예배인 봉사에 헌신했으니.
라틴 아메리카는 이미 베르니니의 영광 안에 놓였으니
그 바다의 거품으로 된 후광 속에
놀란 안데스의 성난 하늘 안에
그 모든 거리의 노래 속에
그 모든 감옥의 새로운 갈보리 안에
그 모든 참호의,
그 모든 제대의…
그 자녀들의 잠들지 않는 심장의 견고한 제대 안에서!

아메리카의 성 로메로, 우리의 목자요 순교자!
그 누구도 당신의 마지막 강론을 침묵시키지 못하리!

Monthly Review

6 Responses to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1. minoci's me2DAY Says:

    민노씨의 느낌…

    오늘은 로메로 대주교(Óscar Arnulfo Romero y Galdámez, 1917~1980)의 축일이다….

  2. 촘(미혜.아그네스) Says:

    신부님 오랫만에 글남기고 가요….
    기억…. 하시죠? ㅋㅋ 얼굴보면 반갑게 인사해주시는데
    요렇게 글로 쓰고가면…. 기억을 해주실까? ^^
    매번 와서 좋은 글 많이많이 읽고 가요…
    그래서 매번 감사하죠!!! ^^
    건강하시죠?

    [Reply]

  3. 바람숨결=> 자캐오^^ Says:

    “그 누구도 당신의 마지막 강론을 침묵시키지 못하리!”

    아멘..

    [Reply]

  4. fr. joo Says:

    촘 / 반가워요. 잘 기억하고 있지요. 서로 본 지 꽤 됐죠? 남겨놓은 홈페이지 주소 타고 들어가서 반가운 얼굴 다시 확인하고 왔어요. 아그네스도 건강하고, 언제 곧 봅시다.

    바람숨결 / 반가워요. 최근에 오랜 친구들이 자주 얼굴을 내미는군요. 새로운 곳에서 잘 즐기고 있나요? 그러길 간절히 바랍니다. 강요된 침묵을 넘어서리만큼 힘있는 삶과 강론이 먼저 있어겠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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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민노씨 Says:

    벌써 일년이 흘렀네요…
    처음에는 제 미투데이 링크 메모가 있길래 깜짝 놀랐습니다. ^^;

    [Reply]

  6.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오스카 로메로 대주교 30주기 Says:

    […] 성찬례를 드리다가 군부의 총에 암살당했으니, 꼭 30년이 되는 해이다. 작년에 적은 상념과 번역하여 옮겨 놓은 시를 살폈는데, 여러 생각이 다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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