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주춧돌이냐, 돌부리냐?

믿음의 주춧돌이냐? 돌부리냐? (마르 8:27~38)1

오늘 예수님께서 “자기를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따라야 한다”하신 말씀이 비장합니다. 그런데 세간에서는 이 말을 비틀어 “자기는 챙기고 제 십자가는 남에게 떠넘기는 종교인들”이라며 조롱합니다. 한국 교회의 잘못된 신앙 행태를 핀잔하는 말입니다. 우리 신앙인 자신의 모습을 뼈아프게 성찰하고 신앙의 고정관념을 넘어설 각오를 다져야 할 때입니다. ‘반석’이라는 이름을 지닌 베드로의 신앙 고백 이야기에 담긴 도전입니다.

신앙은 새롭게 발견하고 배우는 경험입니다. 예수님께서 귀와 입과 눈을 열어 사람을 치유하시듯이, 귀와 입과 눈을 열어 배우고 나누며 우리 신앙을 키우기 시작합니다. 하느님께서 왜 세상을 만들어 사랑하시는지, 예수님께서 어떻게 우리 인간을 죄의 사슬에서 풀어 자유롭게 하시는지, 성령님께서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도록 격려하시는지 듣고 배우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하느님의 뜻을 헤아리기 시작합니다. 베드로는 그 배움 속에서 예수님을 랍비-선생이 아니라, 그리스도-메시아이심을 알게 되었고, 남의 말이 아니라 자기 입으로 담대하게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신앙의 배움에는 진도가 있습니다. 자기 신앙고백의 뜻을 더 깊이 헤아리고 다짐하는 단계가 필요합니다. 베드로는 유대교에서 배운 ‘메시아’(그리스도) 상에 머물렀습니다. 정치적 힘과 사회적 지위로 승리하여 통치하는 왕에 사로잡혔습니다. 예수님께서 ‘메시아가 고난을 받고 버림을 받아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야’ 역사의 새로운 단원이 펼쳐진다고 가르치십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그 진도를 거절하다 못해 예수님의 길을 가로막습니다. 성서 원어에는 예수님을 ‘꾸짖는다’는 낱말이 생생합니다. 믿음의 주춧돌로 굳건해야 할 베드로는 금세 예수님을 가로막는 돌부리가 됩니다. 야고보서의 말씀대로 찬양이 나와야 할 입에서 저주가 나오는 형국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의 신앙이 자기중심의 체험과 고백에만 머물면, 전혀 의도하지 않게 ‘사탄’이 되고 맙니다. “여러분, 우리는 이래서는 안 되겠습니다”(야고 3:10).

신앙 체험과 고백이 밟을 진도는 삶의 기쁨과 슬픔, 즐거움과 아픔을 모두 껴안는 일입니다. 기쁨과 즐거움만 선택하여 누리려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삶의 현실과도 어긋나기에, 이런 신앙은 더 깊어진 자유로움을 누리지 못하고 갈등과 갈증만 더 심해집니다. 신앙인의 진도는 자기중심을 벗어나 ‘자기를 버리고’ 삶에 깃든 모든 현실인 십자가를 지고 걷는 일입니다. 자기 중심성을 버릴 때, 다른 사람과 사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좁은 관념의 신앙고백이 세상을 향한 연민과 사랑으로 넓어집니다. 우리 신앙은 세상을 껴안아 환대하고, 함께 친교하는 넓은 반석이 됩니다. 그 반석을 마련하는 손길과 헌신이 우리 신앙의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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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2015년 9월 13일 연중24주일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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