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비추라 – 봉헌하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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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비추라 – 봉헌하는 삶 (루가 2:22~40)1

요셉과 마리아는 아기 예수님을 성전에 봉헌합니다. 당시 율법에 따라 첫아들을 하느님께 바치며 부모 대의 하느님 신앙을 이으려는 뜻입니다. 또한, 빈궁한 살림에 마련한 작은 제물도 바칩니다.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하고, 오염된 자신을 깨끗게 해달라는 청원입니다.

하느님께 드려야 할 첫째가는 봉헌은 우리 삶 자체입니다. 그 삶을 바치기로 다짐했다는 뜻에서 우리는 하느님께서 주신 은총의 일부를 재물이나 봉사로 주님께 돌려드립니다. 세상의 종교는 종종 본래 뜻을 잃고 봉헌을 형식적인 제사로 이해하곤 합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전 봉헌은 아기와 같은 새로운 세대와 그 생각, 미래를 향한 희망이 우리의 봉헌이어야 한다고 전합니다. 우리의 헌금과 봉사와 제물은 모두 이러한 생명과 희망에 바쳐져야 합니다.

봉헌의 현장인 성전은 새로운 만남의 공간입니다. 인생의 황혼이 되도록 세상의 구원을 신실하고 겸손하게 기다리던 ‘시므온’을 만납니다. 여성 예언자로 활동하다 홀로 궁핍해졌으나 깊은 신앙의 길을 걷던 ‘안나’를 만납니다. 나이 든 세대의 신앙이 새로운 세대의 신앙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잘 드러납니다. 인생의 어른은 겸손한 기도로 새로운 세대를 격려하고 지지하는 분들입니다. 자기 시대에 갇히지 않고 미래를 향해 열려있는 신앙이 바로 황혼의 원숙한 신앙이라고 시므온과 안나는 몸소 증언합니다.

시므온의 찬가는 주님 봉헌 사건의 절정입니다. 젊고 새로운 이들을 환대하고 격려하고 신앙을 물려주는 일이 곧장 구원과 연결됩니다. 선택된 소수만을 위한 옛 종교가 아니라, 만민에게 베푸시는 구원의 신앙이 새롭게 펼쳐집니다. 이방인들과 낯선 사람들도 누리고 기뻐하는 구원이 열립니다. 이것이 신앙의 대를 잇는 방법이며 선교입니다. 이처럼 인생의 마지막 시간을 걷는 사람들과 갓 태어난 아기의 만남이 새로운 역사를 엽니다.

오늘 우리는 한 해 동안 성전의 제대와 가정의 기도상을 밝히는 양초를 봉헌하고 축복합니다. 아기 예수님이 세상의 빛이 되어 우리 성전과 제대를 밝히듯이, 축복된 양초로 우리 가정의 기도상을 밝히라는 당부입니다. 여기서 교회와 가정에서 밝힌 불빛이 사회와 세상의 어둠에 번져갑니다. 세상의 어두운 구석에 있는 이들에게 손을 펼치고 새로운 세대, 낯선 사람들과 손을 맞잡아 세상을 밝히는 봉헌이 신앙인의 도리입니다. 이것이 하느님의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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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2016년 1월 31일 주의 봉헌 축일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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