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투 대주교와 캔터베리

조만간 데스몬드 투투 주교의 새로운 전기가 출간될 모양이다. 투투 주교는 남아프리카 성공회 케이프타운의 대주교였으며, 그동안 악명 높았던 인종분리정책 (아파라트헤이트) 철폐 운동의 핵심에 섰던 인물로, 1984년 노벨 평화상을 받기도 했다. 아직 출간되지 않은 이 전기에는 두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언급된 모양인데, 모두 캔터베리 대주교와 관련이 되어 있다.

우선 그는 102대 캔터베리 대주교를 지냈던, 로버트 런시 대주교(1980-1991)의 후임으로 거론되었던 모양이다. 당시 그는 케이프타운의 대주교로 재직 중이었고, 남아공 성공회의 관구장이었다. 영국성공회는 국교회인지라, 캔터베리 대주교의 지명은 후보자 가운데 총리가 선택하여 국왕에서 올려서 재가를 받는 형태인데, 당시 보수당 총수였던 “철의 여인” 마가렛 대처는 온건하고 카리스마가 없는 조오지 캐리를 대주교로 지명했다는 것이다. 기사는 또 조오지 캐리 대주교의 재임 10년 동안 영국 성공회 신자의 급격한 감소를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그가 진행했던 세계 성공회의 “복음화 10년” 프로그램은 처절한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어쨌든 당시로서는 투투 주교가 후보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고 한다. 성공회 사상 하나의 혁명이 되었을 법한 이 일은 끝내 일어나지 않았지만, 로버트 런시 대주교의 신학적 성향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생각은 투투 주교와도 잇닿는 면이 많았다.

둘째, 투투 주교는 최근 로완 윌리암스 현직 캔터베리 대주교에 대해서 비판적인 의견을 비치고 있는 듯하다. 보도에 따르면, 전기에서 동성애 문제를 두고 세계성공회가 극심한 논쟁을 진행하고 있는 방향에 대해서 실망감을 느끼고 있으며, 특히 로완 윌리암스 대주교가 보수파에 대해서 미온적으로 대응하며 그쪽에 기울고 있는 것에 대해서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만약 어느 교회가 공개적인 동성애 사제를 서품하기를 거절한다면, 자신은 그것을 “부끄럽게” 여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아울러 보수파들이 이에 불만을 느낀다면, “그들에게는 떠나갈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남아프리카 성공회는 투투 대주교가 재임하는 동안 동성애자 성직자가 독신을 지키는 조건으로 성직 서품을 하고 있으며, 동성애 커플 간의 시민적 결합은 “결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축복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렇듯이 남아공 성공회는 아프리카의 다른 성공회들과는 전혀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최근 아프리카와 아시아 일부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사우스” 관구장 주교들의 성명에 대해서, 현직 남아공 성공회의 관구장인 은종글루 은둔가네 대주교는 이들이 허락없이 자기 관구의 이름을 넣은 것뿐만 아니라, 교회의 분열을 촉진하고 그 수순을 밟고 있는 행동에 대해서 명백하게 반대했다. 자, 이런 차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 지역에 교회를 “심어준” 선교회의 성격이 달라서일까? 아니면 오랜동안 사회의 문제를 교회가 해결해야 할 선교 사명의 문제로 보며 분투해왔던 경험의 유무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와 더불어 실제로 “글로벌 사우스”가 어떤 세력에게서 지원을 받고 있는지, 특히 미국의 기독교 우파 혹은 기독교 근본주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까지 이어진다.

http://www.wcax.com/Global/story.asp?S=5443468&nav=4QcS
http://www.timesonline.co.uk/article/0,,2088-2372148,0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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