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한국날짜로는 어제, 여기로는 오늘이 5.18 광주민중항쟁 24주년 기념일입니다. 24년이라는 시간은 그 일을 손쉬운 과거로 돌리기도 하고, 발빠른 망각으로 망월동을 참배하는 5-6공 세력까지 목격하게 합니다. 잊혀지는 기억에 대한 힐난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듯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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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은 이제 그 세월을 건너 서른 가까운 나이가 되었겠고, 그 아버지 부재의 24년이라는 기억은 채워질 수 없는 깊은 허공과 같을 것입니다. 다만 그 빈 기억 속에서 한국의 민주화가 이만큼 진행되었고, 아시아 어느 나라보다 혹독하지만 착실하고 아름다운 민주화의 성취 과정을 가진 저력이 드러났다는 사실에서 작은 위안을 찾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개인적으로…

13살에 풍문으로 들었던 그 참혹한 아픔의 현실이 내 눈에 사진으로, 그리고 동영상으로 확인이 된 것은 몇년 후의 일이었고, 내 삶의 진로에 대해 온갖 감상적 생각에 젖을 그 무렵의 나이에 이 죽음의 기록은 전혀 다른 차원의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사제가 되기까지 그 기억의 충격과 더불어 더많은 죽음을 접하게 되었고, 때로는 그 주검을 망월동에 옮겨 묻는 손을 빌려주어야 했습니다. 그 기억들이 선연한데 세월을 탓하며 망각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는 믿지 않습니다.

더구나 2000년의 세월을 넘어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기억하고 신앙한다는 그리스도인들이 24년의 세월 속에서 그 일을 잊는다면, 이는 그 기억에 근거한 신앙의 배신이거나, 위선의 신앙이겠지요.

김민기 “금관의 예수” 한국성공회성가(1990) 477장

2 Responses to “5.18…”

  1.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5.18… Says:

    […] 5.18에 대한 이런 상념을 걸어 두었었다. 오늘 역시 빼지도 더하지도 않을 […]

  2.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5.18 … Says:

    […] 5.18 – 2004년의 상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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