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성공회, 천주교의 영성체 금지령 철폐 촉구
영국 성공회 주교들은 최근 천주교가 성공회 신자들에게 영성체를 금지하는 규정을 없애라고 촉구했다. 지난 30년에 걸쳐 진전된 양 교회 사이의 친밀감에도 불구하고, 천주교 신자가 아닌 그리스도인들은 아직까지 성찬례에 참여해서도 축성된 성체와 포도주를 먹고 마실 수 없다.
영국성공회 관계자는 이에 관련된 공식 문서인 “성찬례 : 일치의 성사”를 발표하고, 지난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 천주교 주교들이 공동 발표한 문서 “한 빵, 한 몸”에 대하여 정중하면서도 분명하게 대응했다. 현재 영국 천주교 웨스터민스터 대주교로 있는 머피-오코너 추기경이 의장으로 있는 위원회의 결과인 이 문서에 따르면 다른 그리스도교단의 신자들이 천주교 사제로부터 영성체를 할 수 있는 조건은 “임종 시에나 그밖에 중대하고 급박한 상황에서만 가능하다”고 못박음으로써 평상시 성찬례를 통해서는 영성체를 할 수 없게 되었다. 이 문서는 성찬례가 그리스도교의 예배 행위의 핵심으로서 “교회와 완전한 상통을 이루고 있는 이들에게 적절한 성사”이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반해 영국 성공회는 공식적으로 “성찬례로의 환대”라는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즉 성공회 신자가 아니더라도 교회 안에서 영성체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영국 성공회의 대응과 관련하여 이스트 앵글리아의 천주교 주교인 피터 스미스는 “성공회의 이 같은 대응은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성찬례야 말로 우리 믿음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우리와 함께 교회의 가르침을 받고 지도를 받는 사람은 영성체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표리부동의 사람일 것이다”고 말했다. 성공회의 여러 주교들은 또 1998년 문서에서 타 교단 신자와의 결혼을 두고 “가정 생활의 일치에 방해가 되는 행위”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영성체 참여의 차별 정책은 서로 다른 교단에 소속된 가족들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영국 총리인 토니 블레어의 경우, 자신은 독실한 성공회 신자이지만, 부인인 체리 여사는 천주교 신자이다. 그래서 가족이 모두 그레이트 미센든에 있는 천주교 미사에 참여하기도 한다. 그런데 토니 블레어는 영성체에 참여할 수 없고, 체리 여사는 참여한다. 1996년 토니 블레어는 하이베리에 있는 천주교 미사에 참여하여 영성체에 참여한 일이 있었다. 그의 대변인은 당시 “토니 블레어의 행동은 천주교 신자가 되겠다는 뜻이 없으며, 천주교가 영성체를 금한다면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니 블레어 총리는 이 일로 성공회와 천주교 양측에서 비판을 받았다. 교회 법규를 어긴 행위라는 것이었다. 그 후로 블레어 총리는 천주교 미사에서는 영성체에 참여하지 않았다.
한편 캔터베리 대주교도 이러한 조치는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행위이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고 비판하며, 양 교회의 관계를 손상시키는 행위라고 말했다. 신앙과 직제 위원회의 의장인 존 힌드 주교도 성공회 사제들은 어느 누구도 영성체를 기다리는 사람을 내쫓지 않을 것이라며 천주교의 이 같은 태도를 비판했다. 이런 문제에 대해 머피-오코너 추기경은 “이를 통해 결국에는 완전한 상통으로 가게 될 과정 속에서 나오는 불일치를 묵상할 수 있다는 것이 곧 양 교회가 누리는 친교의 표지가 아니겠느냐?”며 모호하게 해명했다.
성공회와 천주교는 지난 1966년 마이클 램지 캔터베리 대주교와 교황 바오로 6세의 역사적인 만남 이후로 성공회-로마가톨릭 국제위원회를 마련하여 양 교회 간의 가교를 만들어 차이를 극복하는데 노력해왔다. 이 위원회의 합의 문서 중에는 성찬례에 대한 합의 선언도 포함되어 있다. (The Sunday 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