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린칭, 그리고 밥 말리 “구원의 노래”

첫 흑인 대통령?

오바마가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투표권도 없는 이방인인 내게 이게 중요한 질문인 것은 역시 미국이라는 ‘제국’의 위치때문이다. 미국이 기침하면, 우리 한반도는? ‘같은 “제국”이니 그 통치자가 부시-매케인이든 오바마이든 매 한가지’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적어도 지난 8년 간 우리는 그 차이를 실감했다.

오바마 당선의 가장 큰 걸림돌은 무엇일까? 뉴욕 타임즈에서만도 여러 생각들이 엇갈린다. 빈정거리는 사람부터 시작해서(브룩스), 사람의 뱃속을 건들지 못하는게 약점이라고 훈수두는 듯하면서 싫은 속내를 은근히 들이미는 사람(프리드먼), 그리고 이른바 미국 문화에 편만한 반지성주의를 찬찬히 분석해 보이는 시선(크루그먼)까지 다양하다. 오바마 지지자들의 걱정을 물어보니, 많은 이들이 크루그먼과 생각을 같이 한다. 게다가 시꺼먼 속이 훤히 보이는 공화당의 페일린 부통령 후보 지명 이후의 판세에 우려하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인종차별 문제는 순서에서 밀려 있다. 백인들만 만나봐서 그런가? 아마 반지성주의, 전쟁과 애국주의, 그 다음으로 인종 차별을 걸림돌의 순위로 두는 듯하다.

우리 사회에서야 내 피부가 “살색”이라 당연히 받아들여지지만, 이곳에서는 내 피부와 머리칼은 도드라진다. 피부는 감출 수 없다. ‘오바마가 흑인이 아니라면 이번 선거는 따놓은 당산 아니냐?”는 내 물음에 백인 리버럴들은 그리 쉽게 동의하지는 않는다. 그게 이면에 작동하지만, 이미 미국 대선은 워낙 호락호락하지 않은 게임이 되었고, 양 당 지지자들 사이에는 건널 수 없는 분열의 폭이 크다는 이유다.

“육체의 힘을 취하고, 영혼을 빼앗아라.”

피부색이 다른 나는 여전히 끙, 하니 앉아 다른 생각을 한다. 미국 백인들이 전혀 느낄 수 없는 것들이 미국 흑인들의 삶과 역사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 런던 행 비행기 안에서 쭈그리고 보았던 영화 “The Great Debaters”의 한 장면을 떠올린다. 1930년대 미국 흑인 대학의 유명한 토론 경쟁 팀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는 흑인 차별과 학대의 참혹한 표현이었던 “린칭”(lynching)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이 팀의 지도 교수인 톨슨 교수(덴젤 워싱턴 분)는 “린칭”의 기원과 속내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런 말이 있지…] ‘노예들을 죽이지 마라. 대신에 그들에게 하느님에 대한 두려움을 심어 주어라. 노예는 쓸모가 있으니 잘 사육해야 한다.’ 린치가 누군지 아는 사람 있나?… 그는 웨스트 인디의 악독한 노예 소유주였네. 식민지 버지니아에 살던 노예 주인들은 이 노예들을 다루는데 문제가 생겼어. 그래서 이들은 린치(Mr. Lynch)를 보내서 그가 쓰는 방법을 가르치게 했지. ‘린칭’이라는 말은 그 사람 성을 딴거네. 그의 방법은 아주 간단했네. 하지만 아주 악독한 것이었지. ‘노예의 육체를 강하게 유지시켜라. 하지만 심리적으로는 약하게, 노예 주인에게 의지하도록 만들어라. 육체의 힘을 취하고, 영혼을 빼앗아라.’

린칭이 실감 있게 안들어 온다고? 이곳을 열어 보시라! (노약자들은 삼가시라). 린칭 장면을 담아 우편 엽서로 만들어 보냈던 여러 백인들의 ‘시선’에 동참해 보시라.

실제로 린칭은 노예 해방 선언 이후 더욱 극심해졌다. 이 참혹한 사적 형벌인 린칭은 20세기에 들어서도 계속되었다. 1960년 대의 미국 인권 운동 이후에야 린칭이 사라졌다고 할 수 있다. 대신 이 린칭의 ‘철학'(차라리 신학)은 다른 온갖 차별의 효과적인 원리로 작동하며 여러 곳에 숨어 들어 있다.

밥 말리 – [구원의 노래]

독일 공연에서 노래하는 밥 말리(Bob Marley)를 엿보았다. 그의 얼굴에 흐르는 땀이 눈물처럼 느껴졌다. 흑인 노예들의 땀은 그들의 피눈물이었다.

Redemption Song

Old pirates, yes they rob I
Sold I to the merchant ships
Minutes after they took I
From the bottomless pit
But my hand was made strong
By the hands of the Almighty
We forward in this generation
Triumphantly
Won’t you help to sing
These songs of freedom
‘Cause they all I ever had

Redemption Song, Redemption Song

Emancipate yourself from mental slavery
None but ourselves can free our minds
Have no fear for atomic energy
‘Cause none of them can stop the time
How long shall they kill our prophets
While we stand aside and look
Some say it’s just a part of it
We’ve got to fullfill the book
Won’t you help to sing
These songs of freedom
‘Cause they all I ever had

Redemption Song, Redemption Song, Redemption Song

8 Responses to “오바마, 린칭, 그리고 밥 말리 “구원의 노래””

  1. 히치하이커 Says:

    신부님의 생각에 상당 부분 동의하지만서도, 오바마가 진정 흑인을 비롯한 소수자들의 희망이 될 수 있을런지는 모르겠습니다. 피부색이 검다해도 그가 바라는 것이 그저 ‘백인이 가진 것을 흑인도 좀 같이 나눠먹자’에 그친다면.

    좌우간 밥 말리는 언제 들어도 좋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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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fr. joo Says:

    히치하이커 / 지적하신 대로, 저 역시 오바마가 “소수자들의 희망”인가에 대해선 의구심이 많습니다. 그는 미국 정치 안의 ‘현실 정치인’이니 그 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우리라 생각합니다 (관련글). 그런데 미국에 얼마나 큰 기대를 할 수 있겠습니까? 이 마저도 힘들게 얻는 하나의 큰 진전이라고 봅니다.

    밥 말리는 정말 전설이로군요. 늦깍이인 저는 이제 하나씩 알아가고 있습니다. 🙂

    [Reply]

  3. 늦달 Says:

    저도 신부님 의견에 동의합니다.
    오바마가 소수 인종의 희망이 되지는 못할지라도, 매케인이 당선된 세상 보다는 더 나으리라는 확신이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형은 매케인이 될 것 같다고 염려가 큰데, 저도 요즘 판세를 보면 걱정이 많이 됩니다.

    약소국 시민은 남의 나라 대통령 선거까지 관심을 갖아야 하니 약간 서글퍼 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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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김바우로 Says:

    미국의 인종차별역사는 상당히 뿌리가 깊군요. 보통 인종차별하면 노예제를 생각하지만, 사실 남부 흑인노예주들과 북부 자본가 모두 흑인들을 지배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다를게 없습니다. 다른게 있다면 남부 흑인노예주들은 종교로,북부자본가들은 고용주와 저임금노동자관계를 맺음으로 지배했다는게 다를 뿐입니다.어쩌면 백인우월주의도 여기에서 유래하지 않나 싶어요.

    추신:위키피디아와 제 블로그에서 주 신부님의 글이나 주 신부님과 제가 같이 작성한 문서를 고칠때 말입니다. 예전을 예전적 예배, 예전양식로 고쳐도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공공예배를 의미할때는 예전으로, 예전양식을 의미할때는 예전양식으로, 예전적 예배를 뜻할때는 예전적 예배로 말입니다. 이를테면 옥스퍼드운동, 고교회파의 경우 예전을 예전적 예배로 수정해도 되는지 궁금합니다. 자칫 독자들이 잘못 이해할까봐 용어 고치기를 주저하게 되서리, 신부님께 여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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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fr. joo Says:

    김바우로 / 미국의 인종차별의 역사는 미국의 역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차별은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도처에 다른 모양으로 자리잡아 사람들을 괴롭힙니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요?

    [추신]에 관한 사항은 이메일 드렸습니다.

    여러가지로 힘든 처지인 줄 압니다. 멀리서나마 응원합니다. 힘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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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댕글댕글파파 Says:

    우리가 소위 말하는 린치의 유래가 이것인가 보군요…
    영상이 상당히 충격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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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fr. joo Says:

    댕글댕글파파 / 린칭 자체의 모습 한편으로,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자세와 태도, 그 시선이 더욱 끔찍하고 잔혹한 것이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비슷한 장면이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보이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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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minoci's me2DAY Says:

    민노씨의 생각…

    Without Sanctuary : 미국이라는 수퍼파워, 우리가 선망하는 그 어떤 이미지들, 가령 민주주의라는 허구(라고 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겠으나)의 이면에 있는 이런 야만의 역사. 이걸 극복(?)한게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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