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든 – “장례식 블루스” (Funeral Blues)

사소한 글을 하나 적고 몇 가지를 살피는 참에, 어느 연예인의 부고와 영상 하나가 겹쳐 들어왔다. 젊은 죽음이니 더욱 안타깝다. 기쁨과 사랑을 함께 주고 받았던 가까운 이들에게 큰 슬픔과 아픔으로 남을 것이다. 겹쳐진 영상에 담긴 시를 다시 찾아 읽고는 번역하여 여기에 옮긴다. 망자에게는 평화의 안식을, 슬퍼하는 이들에게는 위로를.

장례식 블루스

W.H. 오든

모든 시계를 멈추고, 전화선도 끊어 버려라.

개에게도 뼈다귀를 던져 주어 짖지 않도록 하여라.

피아노를 멈추고 드럼도 덮어라

관을 내 놓고, 슬퍼하는 이들을 들여라.

비행기들이 머리 위를 신음하듯 돌게 하여

하늘에 부고를 쓰게 하라. 그가 죽었다고.

비둘기들의 하얀 목에 나비 넥타이를 매고

교통 경관들은 검은 장갑을 끼게 하라.

그는 나의 북쪽, 나의 남쪽, 나의 동쪽, 나의 서쪽이었느니,

내가 일하는 나날과 나의 일요일 휴식,

나의 한낮, 나의 한밤, 나의 말, 나의 노래였느니,

사랑이 영원할 줄 생각했으나, 내가 틀렸네.

별들도 지금은 바라지 않나니, 모두 치워 버려라

달을 가리고, 해도 없애 버려라

바다를 쏟아버리고, 숲을 밀어 버려라.

이제 그 어떤 것도 덕이 될 수 없느니.

W. H. Auden, “Funeral Blues” (1937/1940) 부분
번역: 주낙현 신부

One Response to “오든 – “장례식 블루스” (Funeral Blues)”

  1.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성공회 전통과 시적 언어 Says:

    […] 허버트(1593-1633), 토마스 트라헌(1636/7-1674)으로부터 T.S. 엘리엇(1988-1965), W.H. 오든(1907-1973), 그리고 R.S. 토마스(1913-2000)에 이른다. 어떤 이는 성직자요, 어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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