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제8의 성사

제8의 성사 *

매리 케넌 허버트

무릎 꿇고 십자성호를 그으며
유향 내음을 맡는다

때로 스테인드 글래스 창문을 바라보며
궁금해 한다. 만약에

천사들이 나를 응시하며
내 신앙심을 헤아려 보고 있다면

공동 기도서**를 집어
무심하게 몇 장을 넘긴다

또 한번
죄스럽게도 축복을 바라며

십자성호를 그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검은 옷에 예복을 입은 그 남자는 알까
내 지루한 발 하나는 안쪽에

다른 하나는 바깥에
그 문 사이에 걸쳐 있는 것을

스스로 용서하려 애쓰며
나는 이 시를 조심스럽게 접는다

세 겹으로 고이 접어
봉투에 넣는다

조심스레 봉인하여
그렇듯 우표를 붙이고

* Mary Kennan Herbert, “The Eighth Sacrament” (1998)
** The Book of Common Prayer 성공회 공동 기도서 – 역자 주

One Response to “시: 제8의 성사”

  1. 민노씨 Says:

    트위터에서 릴케의 시 구절 하나를 접했는데, 마음에 깊이 각인되는 문장들이더군요.

    지금 세상 어디선가 누군가 울고 있다
    세상에서 이유 없이 울고 있는 사람은
    나 때문에 울고 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중에서

    추.
    내일이면 선거네요…
    정치에 대해, 선거에 대해, 투표행위에 대해 주신부님께서 한 말씀 주시면 참 좋겠는데 말이죠.
    엉뚱한 댓글남겨 죄송..^^;;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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