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되어

성령 – 그리스도의 몸으로 변화되어 (요한 15:26~27, 16:4~15)1

부활 50일의 대단원은 성령강림 사건입니다. 성령강림절, 혹은 오순절의 본래 이름은 “부활의 오순절”이라 해야 옳습니다. 성주간과 부활 성삼일이 구원의 역사가 새롭게 열리는 진통의 시간이라면, 부활주일 이후 펼쳐지는 50일의 시간은 부활의 새 생명이 탄생하는 시간입니다. 부활한 예수의 생명이 사람들 안에서 퍼지고 스며들어, 저마다 외톨이였던 이들이 모여서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이 됩니다. 따로 떨어진 개인을 모아 서로 이어주고, 그 안에 새로운 핏줄과 숨결을 넣어주는 분이 바로 성령입니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그리스도의 몸이 바로 교회입니다.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성령은 생명과 삶의 기운입니다. 성령은 창조 때에 하느님께서 불어넣으신 숨결이며, 희망 없는 사막의 마른 뼈들이 일어설 때 불어온 바람입니다. 마리아의 태중에 맺힌 생명은 성령의 힘으로 일어났으며, 예수님의 세례 때에 내린 성령께서 자유와 해방의 복음을 전하게 하시며, 십자가의 죽음을 이기는 힘이 되었습니다. 부활의 생명으로 우뚝 서신 예수님께서는 창조에서 부활에 이르는 성령의 힘을 이제 예수님을 따르는 모든 사람에게 내리리라 약속하시며 성령의 내림을 청원하셨습니다.

성령의 내림은 늘 변화를 가져옵니다. 오늘 사도행전이 전하는 성령 강림 사건의 무대는 번화한 국제도시 ‘예루살렘’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온 실력자들과 권력자들의 무대입니다. 그런데 성령은 천하고 차별받던 ‘갈릴래아’ 사람들에게 내립니다. 이들의 입으로 복음과 부활은 세계로 펼쳐집니다. 교육받지 못한 ‘갈릴래아 사람들’로만 이 놀라운 외국어 현상이 일어났을 법하지는 않습니다. 모든 힘과 특권을 내려놓고 함께 모인 공동체에 내린 성령은 저마다 지닌 은사를 이용하여 서로 도우며 복음을 전하도록 모든 사람을 변화시켰습니다. 성령으로 하나 된 공동체가 되었다는 말입니다. 이것이 교회입니다.

교회는 매 주일 생명과 변화의 성령을 청원하며 예배를 드립니다. 성찬례 안에서 성령은 예수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진리를 이해하도록 돕습니다. 성찬례 안에서 성령은 하찮은 밀떡과 포도주를 고귀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화시킵니다. 예수님을 기억하고 그분의 진리를 되새기며 그리스도의 성체와 보혈을 먹고 마시는 우리에게 성령이 내리시어 우리를 작은 그리스도(기름부음 받은 사람)로 세우십니다. 작은 그리스도가 된 우리는 성령의 능력으로 이제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이 됩니다. 이것이 교회입니다.

예수님께서 성령을 받아 세상에 나가 자유와 해방의 복음을 선포하셨듯이, 교회 공동체로 하나인 그리스도의 몸이 된 우리도 성령을 받아 세상에 나가 정의와 평화의 복음을 선포하며 사랑의 삶을 실천합니다. 이것이 성령을 받은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이것이 성령으로 충만한 교회의 선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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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 주교좌 성당 2015년 5월 24일 성령강림대축일 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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