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 몸과 피로 생명을 나누는 일

선교 – 몸과 피로 생명을 나누는 일 (요한 6:51~58)1

초대 그리스도인들은 여러 오해를 받으며 박해를 받았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는 그리스도인들이 몰래 모여서 사람의 살과 피를 먹고 마시는 기괴한 ‘식인’ 의식을 벌인다는 의혹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빵과 잔을 들고 “이것은 내 살이요, 내 피이다” 하신 말씀을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이 성찬례를 거행했는데, 그 내용이나 뜻은 살피지 않고 말만 엿듣고는 속단한 탓입니다. 상황과 뜻을 헤아리지 않고 그저 말만 엿듣거나 문자 그대로 믿어서는 오해가 일어나기 일쑤입니다. 성서 해석도 그렇고, 우리 신앙과 삶도 그렇습니다.

살과 피는 성서에서 ‘생명’을 뜻합니다. 성서뿐만 아니라 의학 상식으로도 살과 피는 생명의 필수 요소입니다. 이런 뜻에서 신앙인의 생명은 예수님의 살과 피를 몸에 담고 사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 예수님의 생명과 삶을 우리의 생명과 삶의 내용으로 삼지 않으면, 우리는 그리스도와 관련이 없습니다. 성찬례는 이 관련성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우리 삶이 예수님의 삶을 닮아갈 때라야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과 구원이 있다는 진실을 가르치고 훈련하는 시간입니다. 성찬례를 무시하면 그리스도교는 종종 세상의 여느 종교와 다를 바 없는 종교 활동이 되고 맙니다.

예수님은 당신 자신을 다른 사람의 생명을 위한 양식으로 내어놓으셨습니다. 세상은 생명을 내어주면 죽는다고 생각했지만, 예수님은 생명을 다른 생명 안에 주면 예수님의 생명이 옮아가서 두 생명이 모두 살아가게 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내어주고 나누는 일은 양쪽을 다 살리는 결단이고 행동입니다. 예수님의 선교 활동은 늘 내어주어서 다른 생명을 먹이고 치유하고 힘을 불어넣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면 그 사람들 안에 예수님이 늘 살아서 움직이며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의 모임이 커졌습니다. 우리 교회가 진실로 성장하는 방법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을 따라 ‘나’ 자신을 덜어내어 나누어서, 영적 갈망에 배고파하는 사람을 환대하여 먹이고, 마음과 몸이 아픈 사람들을 보듬어 치유하고, 실의에 빠진 이들에게 힘을 불어넣는 일입니다.

우리 교회는 세상 사람을 먹이면서 그 안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에게서 받은 힘과 능력과 재력을 세상에 나누어야 세상이 하느님의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자신의 몸과 피, 자신이 지닌 소중한 것을 내어놓고 나누지 않으면, 새로운 생명이 살아가며 성장할 방법이 없습니다. 고집하거나 움켜쥐는 것들은 끝내 소멸하고 맙니다. 그러나 열어서 나누고 손길을 펼치면 “영원한 생명”이 세상 속에서 펼쳐집니다. 성찬례의 영성체를 통해서 주님의 몸과 피를 마셨습니다. 영성체하고 파송 선언을 들을 때, 우리는 세상의 생명을 살리는 몸과 피가 되라는 선교 명령을 받습니다. 성찬례를 통하여, 우리는 ‘식인’ 의식이 아니라, 자신의 몸과 피을 내놓아 남을 살리며 함께 살아가겠다고 결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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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성공회 서울 주교좌 성당 2015년 8월 16일 연중20주일 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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