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 불량국가 벗어나기
이런 저런 생각을 끄적여 놓고도 올리진 않았다. 별 말 적을 필요도 없이 이미 판가름난 대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람들 사이에선 대선에 대한 우려가 잦아들지 않는다. 오바마가 지면? 이렇게들 걱정하는 게 엄살이 아니라 진심인게 역력하다. 참 안쓰러운 나라다.
오바마가 이기겠지만, 이러고도 이기지 못한다면, 나는 그저 미국 역사와 문화에 암처럼 자리잡고 있는 “무의식의 인종차별” 혹은 선연한 피부 색깔에 대한 혐오감의 승리라고 밖에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도 아니면 작년 한국 대선처럼 어떤 탐욕에 눈멀어 우상을 세웠다고 평할 밖에 없으리라.
내일, 미국이 불량국가라는 오명을 벗어나는 최소한의 첫걸음을 새롭게 내딛길 바란다.
업데이트 (11월 4일):
적어도 미국은 지난 8년 간의 악몽을 벗어나는 길을 택했다. 물론 지난 몇 십년간의 불량 깡패 국가를 탈피하는 일은 더 오래 걸릴 것이지만, 작으나마 어떤 변화의 시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만도 고마운 일이다. 축하한다. 오바마! 더 많은 도전을 받기 바란다.
그리고 미국의 흑인들에게 깊이 축하한다. 60-70년대 시민 인권 운동에 참여했던 내 선생님들과 내 나이든 친구들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전한다. 아니 더 많은 미국인들에게 처음으로 내 축하를 전한다.


November 4th, 2008 at 1:32 am
외환위기로 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에 열린 대선에서도 DJ가 확실한 승리가 아니라 아슬아슬하게 이기지 않았습니까? 지금 미국이 딱 비슷한 상황인데.. 그런 자격지심과 우려를 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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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4th, 2008 at 3:11 pm
정말 오랜만에 써주셨네요.
앞으론 좀더 자주 써주시길 애독자로서 바라봅니다. ㅎ
주신부님 글 읽고 안그래도 궁금해서 인터넷한겨레에 갔다가 광고 팝업 때문에 짜증만 생기고 말았네요.. 이 광고창은 아무리 ‘close’를 눌러도 꿈쩍도 하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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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4th, 2008 at 8:47 pm
펄, 민노씨 / 예상대로 오바마가 압승을 거두었군요. 다섯 개 주가 오바마로 돌아섰다고 나옵니다. 적어도 미국 정치사에서는 획기적인 사건입니다. 60-70년대 시민 인권 운동에 참여했던 어떤 이는 이를 오래 기다려 온 명예로운 혁명이라고 말합니다.
민노씨 / 게으름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만, 어떤 트라우마가 있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 다른 일에도 신경써야 하는 처지여서 여전히 장담하기 어렵습니다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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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5th, 2008 at 7:41 am
저는 그다지 큰 소회가 생기는 편은 아닙니다만, 오바마 지지자들이 감격하는 모습들을 사진으로 접하니 역시나 마음 한편에서 찡하고 울림이 있기는 하더군요..
하지만 여전히 변방의 작은 국가, 미국종속적 정치경제문화적 시스템 속에 사는 대한민국 소시민으로서는 오바마에게 무턱대고 호의적인 감정만으로 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 물론 저 역시도 오바마를 선택한 미국국민들의 입장에 대해선 (오바마를 잘 모르지만) 존중하고, 또 그것이 승리로 표현된 바에 대해선 축하하지만요..
어떤 트라우마인지요? ㅎ
오늘 주신부님의 지난 글들을 읽다가 정말 좋은 글들을 많이 접했습니다.
모쪼록 트라우마를 극복하시길 애독자로서 바라봅니다. : )
추.
특히 ‘본회퍼’를 검색해서 읽은 글들 가운데.. 마틴 루터 킹을 인용한 글은 깊은 울림을 주더군요.. ( http://viamedia.or.kr/2006/03/04/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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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5th, 2008 at 8:45 am
민노씨 / 저도 민노씨의 생각에서 멀지 않습니다. 이건 김대중과 노무현 당선 때와 비슷한 감정이라 봅니다. 전라도의 한과 뚝심있는 바보에 대한 미련이 투영된 사건이었으니까요. 그 상징만으로도 큰 변화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그리 많은 걸 기대하기 어려운 미국에 대해서는요.
적어도 지금 이 순간에 저는 오바마의 정치노선보다는 그의 피부 색깔(그가 어떤 종류의 흑인이든 간에) 밑에 있는 ‘역사’에 먼저 마음이 갑니다.
그러나 ‘투영’이 제자리에 머물면 “~빠”가 되고 만다고 봅니다. 지난 두 정권의 패배(노정권이 남겨놓은 패배가 더 심각했지만)에서 얻는 교훈입니다. 조중동과 딴나라당이야 늘 해오던 일이었고, 정작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 투영을 넘어서는 것이었어야 했습니다. 어떤 내면적인 변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승리에 도취된 이들의 한계가 명백했던 것 같습니다. 반성없는 투영은 늘 우상으로 귀착합니다. 그 귀착이 바로 발가벗고 권력을 휘두르는 “2mb와 그 졸개들”입니다. 미국인들이나 오바마가 한국의 경험에서 배우길 바랄 뿐입니다.
덧붙임: 트라우마는 복잡하고 내면적이잖아요? 좀더 내 안을 들여다 보고 있는 중입니다. 물론 ‘외상’인지라 바깥의 영향이 크긴 합니다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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