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S. 토마스 – “시골 성직자”

최근 여러 차례 바다 건너로 여러 동료 성직자 벗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들의 어려운 처지와 여러 고민을 모두 헤아릴 수 없는 마당에 조용히 기도할 때마다 그들의 얼굴을 기억하고는 했다. 잠시 쉬는 참에 찾아 읽는, R.S. 토마스(성공회 사제, 시인)의 시 한 편은 그들에 대한 생각을 사무치게 한다. 시인의 얼굴처럼 그들과 나도 변하고 늙어가겠지. 울컥하는 마음을 가다듬어, 허튼 번역을 올린다. 마지막까지 하느님께서 그들을 기억하시리니, 그들은 복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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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성직자

R. S. 토마스

보나니, 그들은 낡은 사제관에서 일하고 있네
햇살을 옆에 두고, 촛불을 곁에 두고
고귀한 이들, 그들의 검은 옷은
약간의 먼지에 덮이고, 색바랜 푸른 빛마저 감돌고
곰팡이마저 거룩하게 피어 있네. 그러나 그들의 두개골은
그 많은 기도로 원숙하나
무덤에 묻혔으니
무지렁이 시골뜨기들과 나누는 무덤. 그들은 아무 책도 남기지 않았네
그들의 외로운 생각이 담긴 비망록도
그 낡은 회색 성당에. 다만, 그들은
사람들의 마음에, 어린아이들의 머리 위에
고결한 말들을 적었으니
너무 빨리 잊히리. 하느님께서 그의 때에
혹은 시간이 끝나는 날, 이를 고치시리라.


R. S. Thomas (1913-2000), “The Country Clergy” (1958)
번역: 주낙현 신부

3 Responses to “R.S. 토마스 – “시골 성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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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저 이름 없는 “시골 성직자”인 벗들이 그리울 […]

  3. R.S.토마스 – “시골 성직자” | 홀리넷 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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