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II) – T. S. 엘리엇

재의 수요일 – T. S. 엘리엇

Ash Wednesday (1930) by T. S. Eliot (1888~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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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여인이여, 세 마리 흰 표범이 로뎀나무 아래 앉았으니
저문 날의 서늘함 속에서, 물릴 만큼 먹은 뒤
내 다리와 내 심장과 내 간과 그것이 담겨 있는
텅 빈 내 해골 속에서. 그리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으니
이 뼈들이 살겠느냐? 이 뼈들이
살겠느냐? 그리고 그것이 담겨 있는
뼈들이 (이미 말라버린) 철그덕거리느니;
이 여인의 선하심 때문에
그리고 그 여인의 사랑 때문에, 그리고
깊은 생각 속에서 여인은 자신의 동정을 바라기에
우리는 밝게 빛난다. 그리고 여기서 해체된 나는
내 행동을 망각에 내어주고, 내 사랑을
광야의 후세에게 주어 큰 열매를 맺게 하느니.
바로 이것이 되살리는 것은
내 창자와 내 눈의 시선들, 그리고 소화할 수 없어
흰 표범이 토해낸 것들. 여인은 물러서서
흰옷을 입고 깊은 생각에 잠기니, 흰 옷을 입고
흰 뼈들이 망각을 속죄하게 하라
그 안에는 생명이 없나니. 내가 잊히듯이
그리고 잊히리니, 그리하여 나는 잊고
뜻에 헌신하고 집중하느니. 그리고 하느님께서 말씀하셨으니
예언이 바람에 내리니, 바람에 내리리니, 오직
바람만이 들을 것이기에. 그리하여 뼈들이 철그덕거리며 노래하였으니
메뚜기의 무게마저 짐이 되는 허약함으로 말했으니,

침묵의 여인,
고요와 고뇌로
찢긴 그 전체
기억의 장미
망각의 장미
지쳐버린, 그러나 생명을 주는
염려하도록 평온한
단 하나의 장미는
이제 동산이니
거기서 모든 사랑이 끝나고
채워지지 못한 사랑의 고뇌
채워진 사랑의 더 큰
고뇌가 끝나느니
끝이 없는 것들의 끝
목적지 없는 여행
다다를 수 없는
모든 결말
말 없는 말씀과
말씀 없는 말
어머니께 감사드리니
그 동산에서
모든 사랑이 끝나기 때문

로뎀 나무 아래서 그 뼈들이 노래했으니, 흩어지고 빛나는
우리는 흩어져서 기쁘다, 우리가 서로에게 선한 일을 하지 못했으니,
저문 날의 서늘함 속에서, 모래의 축복과 함께,
자신과 서로를 잊어버리고, 하나가 되느니
들판의 고요 속에서. 여기가 그 땅이니 당신께서
제비뽑아 나누실 곳. 분열도 일치도 중요하지 않으리
이곳이 그 땅. 우리의 유산.

(번역: 주낙현 신부)

2 Responses to “재의 수요일 (II) – T. S. 엘리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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