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VI) – T. S. 엘리엇

재의 수요일 – T. S. 엘리엇

Ash Wednesday (1930) by T. S. Eliot (1888~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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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

다시 돌아가리라 희망하지 않더라도
희망하지 않더라도
돌아가리라 희망하지 않더라도

얻음과 잃음 사이에서 흔들리느니
꿈이 교차하는 이 짧은 전이 속에서
탄생과 죽음 사이를 꿈처럼 교차하는 황혼은
(신부님, 저를 축복하소서) 내 비록 이를 바라노라 바라지 않더라도
바위 해안을 향해 난 넓은 창으로부터
하얀 돛배들은 여전히 바다를 향해 비상하느니, 바다를 향한 비상
부러지지 않은 날개들

그리고 추락한 마음은 뻣뻣해져서 기뻐하느니
떨어진 라일락 꽃과 잃어버린 바다의 목소리 안에서
그리고 나약한 영은 급히도 반항하느니
굽은 금 지팡이를 얻으려고, 그리고 잃어버린 바다 내음은
급히도 되찾으려 하느니
메추라기의 울음소리와 급선회하는 물새떼를
그리고 멀어 버린 눈이 만드나니
상아로 만든 문 사이의 빈 형상을
그리고 내음은 모래땅의 소금 냄새를 새롭게 하느니

이는 죽음과 태어남 사이의 긴장된 시간
세 개의 꿈이 교차하는 고독의 장소
푸른 바위 사이에서
그러나 주목(朱木)을 흔들고 나온 목소리가 흘러갈 때
다른 주목이 흔들리고 답하게 하라.

복된 누이여, 거룩한 어머니, 샘의 영, 정원의 영이여,
어리석은 우리가 스스로 조롱하지 않도록 하소서.
보살피고 보살피지 않도록 가르쳐 주소서
정지하여 앉아 있도록 가르쳐 주소서
이 바위들 사이에서마저
누이여, 어머니여,
강의 영이여, 바다의 영이여
내가 분열되지 않게 하소서

그리하여 내 울부짖음이 주님께 사무치게 하소서.

(번역: 주낙현 신부)

4 Responses to “재의 수요일 (VI) – T. S. 엘리엇”

  1. 송경용 Says:

    주 신부님, 시도 단상도 참 좋습니다. 한신대 이영미 교수가 주 신부님 글이 너무 좋다고 하더군요. 설교를 교재로 쓰고 싶다고 했었다면서요? 대학 때부터 잘 아는 사이입니다. 뉴욕에서 10년 동안 공부했었지요. 좋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아직 ‘한 가운데’를 갈라칠 내공은 안되고 그저 주변부라도 어슬렁 거리며 걸어볼 생각입니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을 생각입니다. 평생 걸을 것이니까. 서울 생활이 만만치 않네요. 빠르고 바쁘고 몰려드는 일에 벌써 조금 피곤합니다. 어제도 새벽 3시, 오늘도 하루 종일 미팅, 내일은 수원과 부산에 미팅과 강연때문에 가야합니다. 모레도 강연과 행사….
    뜻대로 안되는 것이 인생사이지요? 힘내시고 가보는데 까지 가봅시다. 건강과 평안을 기원합니다.

    [Reply]

    fr. joo Reply:

    송신부님, 반갑습니다. 지난 12월에 통화만 하고 못뵈어서 저도 많이 아쉬웠고 시간 내지 못해 죄송했습니다.

    귀국 후에 여러 일로 애쓰신다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길찾기에 힘을 주리라 생각합니다.

    말씀하신 이영미 교수님은 잘 모릅니다. 언제 그런 이야기가 오간 것 같지도 않은데… 그럴 내용도 아니고.

    너무 바쁜게 신부님의 가장 큰 ‘병’입니다. 다시 도지면 안되니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건강하세요.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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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존 던(1572-1631) 조오지 허버트(1593-1633), 토마스 트라헌(1636/7-1674)으로부터 T.S. 엘리엇(1988-1965), W.H. 오든(1907-1973), 그리고 R.S. 토마스(1913-2000)에 이른다. 어떤 이는 […]

  3.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희망의 그늘 – “재의 수요일” 번역 후기 S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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