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의 어린 양 – 예수의 정체, 신앙인의 선교
하느님의 어린 양 – 예수의 정체, 신앙인의 선교 (요한 1: 29-42)
“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 양을 보라.” 세상을 향해 예수님의 정체를 선포하는 세례자 요한의 외침은 그리스도교 신앙과 행동의 핵심입니다. 신앙인은 역사 속의 억압과 질곡으로 생긴 죄의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느님께 도움을 청하는 사람입니다. 신앙인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시려는 하느님의 구원 사건에 자신을 내어 바친 예수님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신앙인은 그런 예수님의 삶에 자기 삶을 포개며 따르기로 작정한 사람입니다. 신앙인은 두려운 심판의 위협이 아니라 사랑의 언어와 평화의 몸짓으로 우리 안에 머무시는 성령과 함께 걷는 사람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언행이 돋보입니다. 그는 예수님과 ‘태중부터 알아보았던 사촌’이었지만, 자신도 ‘이분이 누구신지 몰랐다’고 고백합니다. 신앙은 혈연과 지연 같은 인맥으로 엮을 일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진실하고 투명한 삶에서 받은 도전을 인정하고 새로 배우는 일에서만 바른 신앙이 솟아나고 진일보합니다. 더욱이 그는 자기 제자들에게 새로운 스승을 소개합니다. 새 스승을 따라 새 길을 걷겠다는 제자들을 기쁘게 떠나보냅니다. 과연 신앙의 역사에 우뚝 선 큰 인물입니다. 옛 세대가 새 세대를 격려하며 밀어주는 넉넉한 행동에서 새 역사가 펼쳐집니다.
요한이 바라본 예수님의 성령 세례는 ‘함께 머무시는 하느님’의 사건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한번 받는 물의 세례로 우리 삶의 방향을 바꾸라고 요청했습니다. 더 나아가, 예수님께서 직접 받은 세례는 삶의 방향을 바꾼 사람들에게 들리는 하느님의 새로운 위로와 격려, 희망을 선언합니다. 신앙인의 삶에서도 여전히 아픔과 기쁨, 슬픔과 즐거움, 실패와 성공이 반복됩니다. 그러나 우리가 밝은 대로를 걷든, 그늘진 험로를 헤매든, 하느님께서 우리 위에 내려오셔서 머무시고, 베푸시며, 함께 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하십니다. 이때 제자들이 대답한 대로, “묵고 계시는 데가 어딘지 알고” 예수님과 동고동락하겠다는 다짐이 신앙인의 제자도입니다. 이렇게 다짐하고 따르는 이들에게 주시는 하느님 약속을 이사야 예언자가 선포합니다. 어느 처지에서든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우리 안에서, 우리를 통하여, 우리와 함께 당신의 영광을 빛나게 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지극히 귀하게 보시고, 나의 힘이 되어 주십니다”(이사 49:5).
이제 하느님의 어린 양을 바라보라는 세례자 요한의 선포는 예수님의 삶과 우리의 삶에 겹쳐져 새롭게 펼쳐집니다. “너에게서 나의 영광이 빛나리라. 나는 너를 만국의 빛으로 세운다. 너는 땅끝까지 나의 구원이 이르게 하여라.” 이것이 예수님의 정체를 알고 모시는 우리 신앙인의 정체요, 선교 사명입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이 신앙의 삶, 신앙의 선교 행진에 함께하시니, 이 길에 초대받은 우리는 정녕 복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