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시선 – 눈 뜬 자의 반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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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의 시선 – 눈 뜬 자의 반격 (요한 9:1-41)

예수님은 우리의 마음과 영의 눈을 밝히시는 빛입니다. 자기 스스로 두껍게 세운 고정관념의 벽과 ‘나 홀로’ 세운 신념의 감옥을 벗어나는 자유와 용기의 빛을 선사하십니다. 실로암 연못가에서 앞 못 보는 장애인을 고쳐주신 이야기는 우리 신앙의 여정과 겹칩니다. 새로운 진실에 정직하게 마음을 열고 배움으로 우뚝 선 그는 과거의 처지를 넘어서 주님의 제자가 됩니다. 새로운 신앙의 시선은 그의 존재를 무시하고 짓밟던 힘을 거슬러 반격합니다.

종교는 때로 ‘죄와 벌’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합니다. 제자들마저도 한 사람의 불행과 불운을 그 자체로 함께 아파하거나 헤아리기보다는, 자신의 행복에 견주어 빗나간 눈길을 보내고는 합니다. 남의 입을 타고 멋대로 흐르는 악한 소문에 얕은 귀를 빌려주어 단정하기도 합니다. 복잡한 삶의 처지와 말할 수 없는 속내를 경청하여 인생의 깊이를 더 헤아리는 일에는 인색합니다. 재빠르게 정죄하고 분리하여 자신을 보호하려 합니다.

복음은 이러한 차별의 고정관념에 담긴 논리를 뒤집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앞 못 보는 장애를 불행이 아니라 하느님의 놀라운 영광이 드러나는 통로로 뒤바꾸는 선언입니다. 예수님은 몸소 침을 흙에 개어 눈에 바르고, 물에 가서 씻으라고 하십니다. 침은 상처를 아물게 하는 치유의 손길입니다. 진흙은 태초에 하느님께서 인간 아담을 빚으신 수고와 사랑입니다. 원래대로 치유하시고 회복하시려는 손길은 연못의 물로 씻는 세례로 이어집니다. 세례받은 우리는 세상의 눈에는 천덕꾸러기일지라도, 그 자체로 하느님의 사랑을 받은 사람이며 그 은총의 손길에 감싸인 하느님의 귀한 자녀입니다.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 않는 자의 눈길은 완고합니다. 오랜 불행에서 벗어난 사람의 기쁨을 함께 축하하기는커녕, 자신들이 멋대로 해석한 율법으로 사람을 다시 ‘죄인’로 묶으려 합니다. 낯선 이를 경계하고, 사람의 가능성과 변화를 시기하며 ‘출신 성분’으로 시비를 겁니다. 그러나 새롭게 눈 뜬 사람의 반격이 놀랍습니다. 지금까지 권력과 지위에 눌리며 말을 못하던 사람이었으나, 새로운 용기를 내어 고정관념의 세력에 도전합니다. 권력의 법이 아니라, ‘하느님을 공경하고 그 뜻을 실행하는 사람의 청은 들어주신다’는 하느님의 방식을 높이 세웁니다. 권력자의 반응은 동서고금 늘 같습니다. 권력과 지위에 눈이 먼 사람은 진실을 말하는 사람의 입을 막고 밖으로 내쫓습니다.

차별받고 내쫓긴 사람에게 새로운 초대가 열립니다. 그리스도 안에서 세례받은 신앙인은 저마다 상처를 치유 받고 회복된 사람입니다. 우리가 새롭게 뜬 눈의 시선은 이제 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차별받는 사람들, 내쫓긴 사람들을 향합니다. 신앙에 눈 뜬 자의 반격이 시작됩니다. 우리 신앙인은 자유라는 치유, 진실의 회복을 가져오는 ‘실로암’ – ‘파견된 일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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