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 – 모자라지 않은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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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 – 모자라지 않은 씨앗 (마태 13:1-9, 18-23)

예수님께서 비유를 써서 가르치신 까닭은 여러 가지입니다. 어려운 문제를 쉽게 이해하도록 돕는가 하면, 그와는 정반대로 주님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그 뜻을 감추려는 이유도 있습니다. 한편, 쉽고 친절한 풀이도 제공하면서도, 동시에 복잡한 삶을 더 깊이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려는 비유도 있습니다. 오늘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가 그런 예입니다.

씨 뿌리는 사람이 씨를 뿌렸는데, 저마다 길바닥에, 돌밭에, 가시덤불 속에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런 씨들은 기대했던 수확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더러는 좋은 땅에 떨어져 수확을 크게 얻었다고 합니다. 복음서는 친절하게 그 풀이 내용을 소개합니다.

씨는 복음이고, 저마다 씨가 떨어진 곳은 신앙인을 뜻합니다. 조금만 복잡하고 어려운 가르침을 주면 뜬구름 잡는 이야기라고 건성으로 듣는 사람이 있습니다. 신앙생활을 하긴 해도 작은 시련이나 갈등에도 금방 토라지는 일도 있습니다. 나름 굳은 다짐을 했지만, 신앙의 가치와 세상의 가치 사이에서 흔들리다가 편한 세상에 기울고는 합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마음을 잘 가꾸어 넉넉히 받아들이는 신앙생활을 하면 큰 복을 얻는다는 약속입니다. 이 해석대로, 복음을 대하는 마음가짐은 건강한 신앙생활에 아주 중요합니다.

한편, 씨 뿌리는 사람의 행동에 잘 살피면 좀 더 깊은 뜻이 펼쳐집니다. 세상의 농부는 씨를 아무 데나 뿌리지 않습니다. 씨앗의 양을 확인하고 계산해서 좋은 땅에만 골라서 뿌립니다. 그런데 오늘 비유 속 농부는 이런 계산이 없습니다. 아낌없이 여기저기 뿌려도 씨앗은 충분하다는 배짱이 두둑합니다. 오히려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급한 마음마저 읽힙니다. 이때 신앙인은 밭이 아니라, 씨 뿌리는 사람입니다.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알아들어라.” 성서 원어에서 ‘듣는다’는 말은 ‘복종하여 행동한다’는 뜻까지 포함합니다. 신앙인은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듣고 복종하여 세상에 아낌없이 뿌리는 행동에 나선 사람입니다. 선교의 행동입니다.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복음의 씨앗이 모자랄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안절부절못하는 탓은 우리 생각과 염려를 복음에 어설프게 섞다가 확신과 자신감이 옅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 생각과 처지를 앞세워 계산하고 주저하다가 일을 그르치기도 합니다. 우리 눈에만 좋은 땅을 고르다가 신선한 씨앗이 묵어 생명력을 잃기도 합니다. 교회의 사명인 선교가 수확을 내지 못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우리 교회는 이미 역사 깊은 전례와 영성의 전통으로 기름진 밭입니다. 그 밭을 신뢰하고 복음을 뿌려 몇 배의 소출을 얻어서 다른 이들을 먹이며 도울 사명이 있습니다. 풍성한 수확에서 얻은 좋은 씨앗을 다시 아낌없이 뿌리는 수고를 다 해야 합니다. 신앙인은 더 많은 사람을 만나 더 풍성한 생명을 싹틔우는 선교에서 하느님의 복락을 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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