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구장 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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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ve Walker

도대체 관구장 회의(Primates Meeting)란 무엇인가? 세계 성공회의 일치의 도구 가운데 하나로 일컬어지는 이 모임이 현재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에서 열리고 있다(2009, 2.1-5). 세계성공회는 그 안의 다양한 교회의 일치를 위해 캔터베리 대주교(직), 람베스 회의, 세계성공회협의회(ACC), 그리고 관구장 회의를 일치의 도구라고 선언해 주었다. 그 가운데 가장 역사가 짧고 그 존재 가치가 의심스럽게 등장한 것이 다름아니라, 관구장 회의이다. 그런데 이게 지난 십여년 사이에 가장 맹위를 떨치는 집단이 되고 있다. 그저 성공회 간 협력 관계를 위한 사교 모임으로 스스로를 규정하고 출발했던 모임을 이제 세계 성공회의 일치와 분열을 가름하는 잣대로 삼으려는 이들 탓이다.

교회 전통으로나 교회법 상으로나 성공회는 대체로 교구 중심으로 그 교회의 단위와 치리, 그리고 자율성을 구가해 왔다. 최소한 성공회 안에서는 모든 교구와 그 교구장인 주교들은 평등하다. 캔터베리 대주교 역시 세계 성공회의 일치의 상징일지라도, 그는 [동등한 가운데 으뜸](primus inter pares)일 뿐이다. 그런데 관구장들은 이런 오랜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 최소한 지난 몇십년간 관구장들은 그 직함에서나 그들의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서, 힘겹게 지워가고 있는 교회의 권위주의적 위계 질서를 역사에 되살려 내고 있다. 관구장이라는 허명에 집착하는 이들을 여럿 보았고, 다른 지역 주교들에게 엄포를 놓으면서 람베스 회의 참석을 막아서는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일도 들었다. 아마 자리와 허명에서 권위를 얻어보자는 욕심이 이 사교 모임을 공룡으로 만들었을게다. 개인의 허영심은 끼리끼리 모이면 큰 힘이 되곤 한다.

지난 람베스 회의에서 대부분의 주교들은 이런 관구장 회의의 헛된 권위주의에 매우 불편한 시각을 드러냈지만, 막무가내다. 람베스 회의를 훼방했고, 캔터베리 대주교의 권위를 인정하지 않겠노라 선언했고, 아예 그가 집전한 성찬례에서 영성체도 하지 않았던 이들이 여럿이었다. 관구장 회의를 일치의 도구는 커녕, 분열의 도구로 정착시켜려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무슨 낯으로 모여 들었는지 모르겠다. 하긴 낯두꺼운 관구장 회의니까. 그러니 이런 냉소의 대상이 되는 것도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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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Response to “관구장 회의?”

  1.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윌리암스 캔터베리 대주교와 세계 성공회 10년” 블로깅 목록 Says:

    […] cf. 관구장 회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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