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 수요일 – T. S. 엘리엇

재의 수요일 – T. S. 엘리엇

Ash Wednesday (1930) by T. S. Eliot (1888~1965)

I / II / III / IV / V / VI

V

잃은 말을 잃고, 써버린 말을 써버렸다면,

들려지지 않은, 말해지지 않은

말씀은 말해지지 않고, 들려지지 않는다면;

여전히 말해지지 않은 말, 들려지지 않은 말씀은,

한마디 없는 말씀, 그 말씀은

세상 안에 있고, 세상을 위해 있으니;

그리고 빛은 어둠 안에서 비췄고

말씀에 대역하여 불안한 세계는 여전히 흘렀으니

침묵하는 말씀의 언저리를 돌아.

아, 내 백성들아,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했느냐.

어디서 말씀을 찾을 것이며, 어디서 말씀이

다시 들려질까? 여기는 아니리, 충분한 침묵이 없으니

바다도 섬도 아니리, 아니리

육지도, 사막도, 습지도,

낮 시간과 밤 시간에 함께 깃든

어둠 속을 걷는 이들에게

여기는 옳은 시간도 옳은 공간도 아니니

은총의 공간은 없으리, 그 얼굴을 피하는 이들에게는

기쁨의 시간은 없으리, 소음 속에서 걸으며 그 목소리를 부인하는 이들에게는

베일을 쓴 여인은 기도할까,

어둠 속에 걷는 이들을 위하여, 그대를 선택했으나, 그대를 적대하는,

계절과 계절, 시간과 시간 사이에서 어쩔 줄 모르며 찢겨진 이들을 위하여,

순간과 순간, 말과 말, 힘과 힘 사이에서, 기다리는 이들을 위하여

어둠 속에서? 베일을 쓴 여인은 기도할까

입구에 서 있는 어린이들을 위하여

떠나지 않고 기도하지 못하는:

선택했으나 적대하는 이들을 위하여 기도하라.

아, 내 백성들아, 내가 너희에게 어떻게 했느냐.

베일을 쓴 여인은 연약한

주목(朱木) 사이에서 그녀에게 상처입힌 이들을 위하여 기도할까

그리고 무서움에 떨며, 항복할 수 없는

그리고 세상 앞에서 우겨대며, 바위 사이에서 부인하며

마지막 사막에서 마지막 푸른 바위 앞에서

말라버린 정원의 사막 사막의 정원

말라버린 사과씨를 입 밖으로 내뱉는 이들을 위하여.

아, 내 백성들아.

(번역: 주낙현 신부)

4 Responses to “재의 수요일 – T. S. 엘리엇”

  1.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재의 수요일 (VI) – T. S. 엘리엇 Says:

    […] / II / III / IV / V / […]

  2.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희망의 그늘 – “재의 수요일” 번역 후기 Says:

    […] / II / III / IV / V / […]

  3. via media 주낙현 신부의 성공회 이야기 » Blog Archive » 재의 수요일 (II) – T. S. 엘리엇 Says:

    […] / II / III / IV / V / […]

  4. 이경화 Says:

    엘리엇의 기도문

    [Reply]

Leave a Rep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