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던 – “죽음아, 뽐내지 마라”

죽음의 성 금요일을 지나 침묵의 성 토요일로 옮아가는 시간, 성공회 사제요, 시인으로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라는 문장으로 유명한 존 던(John Donne)의 시를 읽는다.

“1613년, 성 금요일, 서쪽으로 말을 달리며” Good-Friday, 1613, Riding Westward

“죽음아, 뽐내지 마라” Death, Be Not Proud

그중 그나마 우리말로 옮기기 쉬운 “죽음아, 뽐내지 마라”를 번역하여 이곳에서 나눈다.

일찍이 사도 바울로 성인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죽음아, 네 승리는 어디 갔느냐? 죽음아, 네 독침은 어디 있느냐?” (1고린 15:55)

십자가에 처형된 예수의 죽음은 죽음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죽임과 죽음의 세력에 대한 사망 선고이다. 신앙인은 이 역설 안에서 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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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아, 뽐내지 마라

존 던

죽음아, 뽐내지 마라. 어떤 이들은 너를 일컬어
힘 있고 무섭다고 하지만, 너는 그렇지 못하니
네가 무너뜨렸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죽지 않았으니. 이 불쌍한 죽음아, 너는 나도 죽일 수 없느니.
안식과 잠을 볼지라도 그것은 너의 환영일 뿐이며,
거기에선 오히려 더 많은 기쁨이 흘러나오나니
가장 선한 사람이 너를 따라 먼저 갈지라도
그들의 몸과 뼈는 안식을 누리고, 그들의 영혼은 구원을 얻느니.
너는 운명과 우연과 왕들과 절망하는 이들의 노예이니
독약과 전쟁과 병마에 깃들인 것.
아편이나 마법으로도 우리를 잠들게 할 수 있으리니
너의 일격보다 더 나으니, 네가 뽐낼 까닭이 무엇인가?
그 짧은 잠은 지나가고, 우리는 영원히 깨어나리니
더는 죽음이 없으리, 죽음아, 그때에 네가 정녕 죽으리.

원시: John Donne, “Death, Be Not Proud”
번역: 주낙현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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