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동임’씨

친절한 ‘동임’ 씨1

주낙현 요셉 신부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신부님, 새로 오셨으니 사진 찍으셔야죠. 앉으세요.” ‘찰칵.’ 메마른 초로의 여성 한 분이 불쑥 다가왔습니다. 가녀린 어깨를 짓누르던 검은 물체가 조막만 한 자기 얼굴을 가리는 찰나, 셔터스피드 1/500 초의 작은 울림이 공기에 살짝 퍼졌습니다. 여러분이 보는 제 ‘머그샷’은 3년 전 사제관 귀퉁이에서, 그 찰나의 시간과 빛이 남긴 흔적입니다. 콧잔등에 삐툴하게 내려앉은 안경을 바로 잡지 못하고, 손가락 빗질도 없이 고개를 슬핏 내밀다가 멋쩍은 웃음이 들킨 사진입니다. 그렇게 ‘동임’씨와 만났습니다.

‘동임’씨는 자주 조리개 f/16의 실눈으로 쨍하게 저를 째려보곤 했습니다. [복음닷컴] 원고 모집이 얽히거나 제게 맡긴 교정지가 속도를 내지 못할 때는 여지 없었습니다. 스톱워치를 든 육상선수 코치처럼 옥죄는 싸늘한 긴장감은 슬쩍 오해와 이해의 경계, 신자와 성직자의 거리를 위태롭게 만들곤 했습니다. 마지막 교정에 ‘오케이 사인’이 나면 환히 열린 눈빛의 조리개가 선명합니다. “애쓰셨어요, 신부님 없으면 이걸 어떻게 만들어욧?” 새침데기 아가씨 같은 미소와 목소리에 저와 다른 신부님들은 언제나 즐거운 패배를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게 ‘동임’씨와 우정을 쌓습니다.

‘동임’씨의 노출계는 자신의 태생 같은 ‘일본산’ 정확도로 유명합니다. 우리 성당 새 교우들을 담은 얼굴에는 그들 삶의 비밀이 노출되는 것만 같습니다. 조잡하게 인쇄된 흑백사진 얼굴이 미안해서인지, 꼼꼼히 인화하여 챙겨 든 컬러사진을 예쁘게 보관하고 손수 찾아다니며 건넵니다. 새 교우들의 세례와 견진, 교회의 여러 행사를 찍은 사진을 보면 ‘언제 이렇게 많이 찍으셨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작은 몸으로 어떤 전례나 행사 안에서도 공기를 스윽스윽 가르며 빠른 셔터음 사이에 정작 자기 노출은 숨기니까요. 그렇게 ‘동임’씨와 우리 공동체는 하나가 됩니다.

이글의 주인공 곽동임 앵니스 교우는 지난 십수 년 동안 [복음닷컴]이라는 가늘고 위태로운 삼각대에 올려진 카메라와도 같았습니다. 우리 삶과 신앙의 흔들림을 기록하고, 함께 흔들리며 위로하고 손을 내미는 따뜻한 시선을 소중히 담았으니까요. 까칠하지만 ‘친절한 동임씨’를 우리가 사랑하는 까닭입니다. 우리 ‘동임’씨를 볼 때마다 저는 밤기도의 한 구절을 되뇝니다. “우리의 삶이 서로의 수고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항상 기억하며 살게 하소서.”

  1. 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복음닷컴] 2017년 2월 12일 치 1면(↩)

One Response to “친절한 ‘동임’씨”

  1. 박보현 Says:

    이분이.. 제가 세례받을때 사진 찍어주신 그분인것같습니다

    [Rep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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